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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의 산속 마을에서 만난 ‘표고버섯 떡’의 비밀

떡 안에 숨겨진 버섯의 향, 산속에서만 나는 특별한 풍미전통 떡이라 하면 대개 쑥, 콩, 찹쌀, 깨 같은 곡물과 곡물에서 파생된 재료들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전북 진안의 산속 마을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떡을 만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표고버섯을 찢어 넣은 떡’, 즉 ‘표고버섯 떡’이다. 이 떡은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어떤 떡과도 다르다. 떡 안에 은은한 표고향이 밴 채, 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특징이 있다.진안은 예부터 고지대와 청정 환경 덕분에 표고버섯 생산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특히 70~80년대에는 거의 모든 산골 마을에서 자가 재배 표고를 널어 말리고 가공해 식탁에 올렸다. 이런 배경 속에서 표고버섯 떡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처음에는 산속에서 나는 식재료를 ..

전통 간식 2025.06.27

전통시장에서 사라진 뻥튀기 장인의 하루

'뻥' 소리로 시작되던 아침, 시장 속 추억의 기술한때 전통시장에서는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드는 소리가 있었다. “뻥!” 하고 울리는 순간, 아이들은 고개를 돌렸고, 어른들은 잠시 발길을 멈췄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뻥튀기 장인이었다. 장터 한 켠에서 화덕처럼 생긴 기계 앞에 선 한 남자가, 쌀이나 옥수수를 넣고 압력을 가하다가 타이밍을 봐 ‘딱’ 하고 장치를 돌리면, 어김없이 하늘로 퍼지는 고소한 냄새와 함께 구름처럼 흩날리는 뻥튀기가 등장했다.이 소리는 단순한 재미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리듬이었고, 계절과 명절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필자가 어릴 적 살던 경기도의 5일장에서는 매 장날마다 한 명의 뻥튀기 아저씨가 고정적으로 자리를 지켰다.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서 쌀봉..

전통 간식 2025.06.27

70년대 울릉도에서 먹었던 해조류 간식 '감태 말이 떡'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바다의 향을 품은 떡, 감태 말이 떡의 부활울릉도는 한국에서도 가장 고립된 섬 중 하나다. 대규모 유통망이 닿지 않았던 시절, 이 섬의 사람들은 바다와 산에서 얻은 재료만으로 식생활을 꾸려야 했다. 그런 배경 속에서 만들어진 특이한 전통 간식이 바로 ‘감태 말이 떡’이다. 감태는 미역이나 다시마보다 얇고 향이 진한 해조류로, 울릉도 사람들에게는 김보다 귀한 재료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울릉도 곳곳의 가정에서는 찹쌀떡을 감태로 말아 말리는 작업이 봄철 일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아졌고, 인터넷 검색으로도 정보를 찾기 어렵다.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울릉도의 특산물 복원 사업과 함께 ‘감태 말이 떡’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랜 세월 지역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전통 간식 2025.06.27

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는, 진짜 인절미 만드는 법과 유래

편의점 떡과는 전혀 다른 인절미의 본모습인절미는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전통 떡 중 하나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한 팩씩 포장된 인절미를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찹쌀떡의 한 종류로 인식되며 젊은 층에게도 익숙하다. 하지만 우리가 도심에서 접하는 인절미는 대부분 공장 생산된, 일정한 모양과 맛을 위한 제품일 뿐, 전통 방식으로 만든 인절미와는 재료, 조리 방식, 심지어 향까지 완전히 다르다. 어릴 적 시골 외할머니 댁에서 먹던 그 인절미는 따끈했고, 고소한 향이 진하게 풍겼으며, 손으로 뜯어먹어야 제맛이었다.인절미는 사실 단순한 떡이 아니다. 쌀을 쪄내어 메질을 하고, 한 김 식힌 뒤 콩고물에 묻혀내는 과정에는 최소한 두세 명의 손이 필요하며, 그날 바로 먹어야 제맛이 살아 있는 가장 인간적이고 손맛..

전통 간식 2025.06.27

경상도 할머니가 만든 무쇠솥 찰떡, 왜 지금은 못 만드는가?

아침을 깨운 찰떡 냄새와 부엌의 풍경시골집의 아침은 부엌에서 피어오르던 냄새로 시작됐다. 아직 어스름한 새벽, 부뚜막에 불이 들어오면 곧이어 장작 타는 소리와 함께 구수한 향기가 집 안 가득 퍼졌다. 아이들은 그 냄새를 맡고 벌떡 일어났고, 어른들은 솥뚜껑에서 새어나오는 김을 보며 오늘이 찰떡 하는 날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경상도 작은 마을에서 할머니가 만들어내던 찰떡은 그저 하나의 간식이나 명절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계절의 리듬이었고 가족의 추억이었으며, 무쇠솥과 장작불, 절구와 나무주걱, 그리고 사람들의 손길이 함께 빚어낸 생활의 일부였다. 할머니는 늘 전날 저녁부터 찹쌀을 불리기 시작하셨다. 뽀얗게 불어난 찹쌀은 다음 날 새벽에 깨끗한 소쿠리에 담겨 물기를 빼고, 나무 절구에 옮겨져 손과 공이로..

전통 간식 2025.06.27

충청도 외갓집에서 배운 엿기름과 조청 만드는 과정

마트에선 살 수 없는 단맛, 외갓집 조청 이야기도시에 살면서 우리는 단맛을 쉽게 접한다. 설탕, 물엿, 시럽은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고, 다양한 가공 식품에는 당분이 넘쳐난다. 그러나 그 단맛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질문은 잘 하지 않는다. 필자가 충청도 외갓집에서 처음 조청을 만든 날, 그 단맛은 단순한 ‘맛’이 아니라 손과 시간, 기다림이 섞인 감동이었다.충청도 시골의 겨울은 조용하고 길다. 농한기라서 밭일은 줄지만, 그 대신 마을 어르신들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방식으로 저장 음식이나 간식, 전통 조미료를 손수 만들어 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조청’이다. 조청은 단맛을 내는 전통 수단이자, 약으로도 쓰였던 귀한 음식이다. 그런데 이 조청을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엿기름’이..

전통 간식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