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간식 16

단호박떡의 원조는 전남 고흥? 지역 간 떡 전쟁의 진실

한 조각의 떡에 담긴 고장의 자존심명절이나 잔칫날, 혹은 집안 대소사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떡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떡 한 조각에는 조상의 손맛, 계절의 풍요, 그리고 지역의 고유한 정서가 함께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단호박떡’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며 트렌디한 전통 간식으로 떠올랐지만, 사실 이 떡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정리된 바가 없다.전남 고흥에서는 오래전부터 단호박을 주재료로 한 떡을 만들어왔다. 고흥군 도덕면, 풍양면 일대에서는 매년 가을마다 수확한 늙은호박으로 반죽을 만들어 찌거나 삶아 먹는 문화가 있었으며, 이를 지역 어르신들은 ‘호박시루떡’ 혹은 ‘단호박절편’이라 불렀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퍼진 단호박떡은 포장 방식도 다르고, 사용하는 재료..

전통 간식 05:14:48

해남에서 먹던 팥고물 송편, 왜 서울에서는 찾기 힘든가?

팥고물 송편, 남도의 깊은 맛이 깃든 떡송편은 온 나라의 명절 음식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지역색은 결코 하나가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주로 흰쌀가루로 만든 반달 모양의 송편이 익숙하지만, 전라남도 해남에서는 조금 다른 송편이 명절마다 사람들의 식탁을 채웠다. 바로 ‘팥고물 송편’이다. 이 송편은 쫀득한 반죽 안에 달콤하거나 담백한 팥소를 채우고, 겉에 삶은 팥고물을 듬뿍 묻힌 형태로, 겉부터 속까지 팥의 풍미가 살아 있는 떡이다. 해남 지역에서는 예부터 팥을 풍년의 상징으로 여겼고, 특히 팥을 귀신을 쫓는 재료로 여기는 전통에 따라 추석이나 설날 같은 큰 명절에는 반드시 팥을 활용한 떡이나 밥이 식탁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팥고물 송편은 단순히 먹는 음식이 아닌, 조상의 축복을 받고 한 해의 액운을..

전통 간식 02:41:21

한라산 밑에서만 나는 귤로 만든 전통 과자의 모든 것

감귤이 과일 그 이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제주도에서 감귤은 단지 겨울철 과일이 아니라, 삶과 문화, 그리고 생계의 일부였다. 한라산 남동 사면, 특히 해발 300미터 이하의 완만한 지대에서 자란 감귤은 당도가 높고 껍질이 얇아 예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지금은 감귤을 손쉽게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감귤은 서울에 보내는 선물용 과일이자, 제주 사람들의 소득을 책임지는 전략 작물이었다. 한라산 자락에서 자란 감귤로는 단지 생과로만 소비되지 않았다. 이 과일은 오래 저장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제주 여성들은 감귤을 오래 두고 먹기 위한 다양한 가공 방법을 고안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감귤을 이용한 전통 과자들이었다. 감귤정과, 귤말랭이, 감귤떡, 감귤엿 등은 단순한 간식을 ..

전통 간식 2025.06.28

순천 장터에서 50년간 이어진 ‘깨강정’의 맛과 추억

시장 어귀를 지나면 들려오던 강정 깨지는 소리순천의 오래된 장터를 거닐다 보면,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5일장 날의 활기를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싱싱한 생선이 오가는 수산 좌판 옆, 구수한 곡물 냄새가 풍기는 곡물가게 사이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바로 깨강정을 만드는 강정집이다. 이곳은 이미 반세기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곳으로, 장터에서 강정 냄새와 바삭한 소리로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많은 이들에게 강정은 단순한 과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유년 시절의 추억, 설 명절에 선물로 받았던 기억, 혹은 장터에서 어머니 손을 잡고 지나가던 풍경과 맞닿아 있다. 특히 순천 지역에서는 깨강정을 ‘시장표 간식’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동네 어르신들에게는 추억의 맛이며, 젊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전통 간식 2025.06.28

조선시대 궁중 간식 '약과'가 지역별로 다른 이유

약과는 왜 궁중 음식이 되었을까약과는 한국 전통 과자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과자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기름과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조선시대 궁중의 식문화, 종교 의식, 지역적 특징이 모두 녹아 있다. 오늘날에도 약과는 제사상이나 혼례상에 자주 오르지만, 그 본래의 의미나 쓰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다. 약과라는 이름은 ‘약처럼 귀한 과자’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초기에는 종교적 의식이나 국가 행사에서 사용되었고, 후대로 갈수록 일반 백성들 사이로 확산되었다. 궁중에서는 약과를 단순히 ‘간식’으로 여기지 않았다. 기름에 튀기고 꿀이나 조청에 절이는 과정이 복잡하고 재료가 귀했기 때문에, 약과는 왕실의 중요한 제례나 손님 접대 자리에서만 사용되었다. 이런 배경 덕분에 약과는 시간..

전통 간식 2025.06.28

할머니 손에서 시작된 ‘들깨강정’의 역사와 지방별 차이

고소한 들깨 냄새로 채워지던 부엌, 그 강정의 기억어릴 적 명절이나 잔칫날이 다가오면 부엌 한구석에서는 들깨를 볶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커다란 놋그릇 안에서 들깨와 조청이 섞이며 부드럽게 버무려질 때, 기다리던 가족들의 눈빛은 설렘으로 반짝였다. 들깨강정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손맛과 계절의 정서를 함께 담아낸 전통 음식이었다. 특히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등에서는 명절 음식의 일부이자 마을 대소사에서 빠질 수 없는 상징적인 음식이었다.강정은 원래 쌀튀밥, 깨, 콩 등을 조청으로 굳혀 만든 전통 간식의 한 종류이다. 그중에서도 ‘들깨강정’은 고소함과 영양성분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들깨는 특유의 향 때문에 어린이들이 쉽게 좋아하진 않았지만, 어른들에겐 입안에서 퍼지..

전통 간식 2025.06.28

고구마말랭이 이전, 충청도 가을 간식은 이것이었다

말랭이가 되기 전, 고구마는 삶고 찧고 말려야 했다고구마말랭이는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건강 간식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간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며, 자연의 단맛만으로 충분한 풍미를 지닌 식품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자동 건조기로 고구마를 말려 소비하는 방식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충청도의 가을 농촌에서는 고구마를 ‘말랭이’로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푹 삶고, 찧어 반죽을 만들고, 다시 말려 가루나 덩어리 간식으로 재가공하는 일이 일상이었다.충청도는 고구마 주산지는 아니지만, 비교적 온화한 내륙 기후 덕분에 고구마 재배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음력 9월 중순부터 10월까지는 ‘고구마 캐는 철’로 불렸고, 이 시기 농가에서는 하루에도 몇 짐씩 고구마를 캐내 널어놓았..

전통 간식 2025.06.28

전북 진안의 산속 마을에서 만난 ‘표고버섯 떡’의 비밀

떡 안에 숨겨진 버섯의 향, 산속에서만 나는 특별한 풍미전통 떡이라 하면 대개 쑥, 콩, 찹쌀, 깨 같은 곡물과 곡물에서 파생된 재료들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전북 진안의 산속 마을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떡을 만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표고버섯을 찢어 넣은 떡’, 즉 ‘표고버섯 떡’이다. 이 떡은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어떤 떡과도 다르다. 떡 안에 은은한 표고향이 밴 채, 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특징이 있다.진안은 예부터 고지대와 청정 환경 덕분에 표고버섯 생산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특히 70~80년대에는 거의 모든 산골 마을에서 자가 재배 표고를 널어 말리고 가공해 식탁에 올렸다. 이런 배경 속에서 표고버섯 떡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처음에는 산속에서 나는 식재료를 ..

전통 간식 2025.06.27

전통시장에서 사라진 뻥튀기 장인의 하루

'뻥' 소리로 시작되던 아침, 시장 속 추억의 기술한때 전통시장에서는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드는 소리가 있었다. “뻥!” 하고 울리는 순간, 아이들은 고개를 돌렸고, 어른들은 잠시 발길을 멈췄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뻥튀기 장인이었다. 장터 한 켠에서 화덕처럼 생긴 기계 앞에 선 한 남자가, 쌀이나 옥수수를 넣고 압력을 가하다가 타이밍을 봐 ‘딱’ 하고 장치를 돌리면, 어김없이 하늘로 퍼지는 고소한 냄새와 함께 구름처럼 흩날리는 뻥튀기가 등장했다.이 소리는 단순한 재미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리듬이었고, 계절과 명절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필자가 어릴 적 살던 경기도의 5일장에서는 매 장날마다 한 명의 뻥튀기 아저씨가 고정적으로 자리를 지켰다.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서 쌀봉..

전통 간식 2025.06.27

70년대 울릉도에서 먹었던 해조류 간식 '감태 말이 떡'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바다의 향을 품은 떡, 감태 말이 떡의 부활울릉도는 한국에서도 가장 고립된 섬 중 하나다. 대규모 유통망이 닿지 않았던 시절, 이 섬의 사람들은 바다와 산에서 얻은 재료만으로 식생활을 꾸려야 했다. 그런 배경 속에서 만들어진 특이한 전통 간식이 바로 ‘감태 말이 떡’이다. 감태는 미역이나 다시마보다 얇고 향이 진한 해조류로, 울릉도 사람들에게는 김보다 귀한 재료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울릉도 곳곳의 가정에서는 찹쌀떡을 감태로 말아 말리는 작업이 봄철 일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아졌고, 인터넷 검색으로도 정보를 찾기 어렵다.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울릉도의 특산물 복원 사업과 함께 ‘감태 말이 떡’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랜 세월 지역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전통 간식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