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간식 (87) 썸네일형 리스트형 강릉 안반데기에서 전해지던 ‘메밀뿌리 찰떡’, 뿌리까지 삶아 먹던 겨울 산촌의 기술 잎이 아니라 뿌리까지 먹던 사람들해발 1,100m에 위치한 강원도 강릉 안반데기는 평야가 아닌 고지대에 펼쳐진 메밀밭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메밀이 꽃피고 수확되는 시기를 제외하면 이곳의 겨울은 혹독한 추위와 눈으로 가득하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살아가던 산촌 사람들은 식재료를 버릴 줄 몰랐다. 메밀 수확이 끝난 뒤 버려지는 줄기와 뿌리조차도 귀한 먹거리로 여기며, 삶아 말리고, 찧고, 빻아 떡을 빚는 방식으로 재탄생시켰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메밀뿌리 찰떡’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메밀은 국수나 전으로 익숙하지만, 안반데기의 어르신들은 말한다. “진짜 메밀 맛은 뿌리에 있다”고. 이는 메밀 뿌리에 남아 있는 짙은 흙냄새와 특유의 쌉쌀함, 그리고 보글보글 끓일 때 피어오르는 구수한 향 때문이다. 메밀뿌.. 경북 청송의 껍질깎지 호박떡, 늙은호박을 껍질째 쪄서 빚은 슬로푸드 떡 껍질째 삶아 빚는 시골 떡의 고집경북 청송의 깊은 산골마을에서는 늙은호박이 단순한 채소 그 이상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농가 마당 한쪽에 누렇게 물든 늙은호박이 줄지어 놓인다. 크고 투박한 그 호박은 외관만 봐도 단단하고 껍질이 두꺼워 보이지만,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껍질까지도 귀한 식재료로 여겨진다.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이곳의 전통 떡, 바로 껍질깎지 호박떡은 호박을 껍질째 삶아 찹쌀가루와 함께 빚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 떡은 보통 호박떡이라 불리는 음식과는 태생부터 다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호박떡은 늙은호박의 속살만 긁어내 찹쌀가루나 밀가루에 섞어 만드는 반면, 청송의 껍질깎지 호박떡은 호박 껍질과 속을 함께 쪄내고, 곱게 으깬 뒤 반죽에 통째로 넣는다. 덕분에 떡의 색은 더 짙고, 풍미.. 강원 평창 고랭지 무청으로 만든 무청 찹쌀떡, 잎도 뿌리도 다 쓰는 떡살림 겨울 들머리, 마당에 널린 무청에서 떡이 시작되다강원도 평창은 겨울이 일찍 시작되는 곳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농가 마당에는 초록 무청이 수북이 널려 있다. 누구는 그 무청을 베어 묶어 장독 옆에 말려두고, 누구는 삶아 장아찌를 담근다. 그러나 평창 어느 산골 마을에서는 이 무청을 씻고 삶아 찹쌀반죽에 버무려 떡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무청 찹쌀떡이다. 이 떡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찰떡 속을 들여다보면 삶은 무청의 짙은 초록 결이 고르게 퍼져 있다. 처음엔 향긋하면서도 구수하고, 씹을수록 씁쓸한 감칠맛이 난다. 그 맛은 절로 입맛을 조용히 집중하게 만들고, 떡이 아니라 산을 먹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그 어떤 고명이나 잼 없이도 단순한 풍미만으로 오래 여운을 남기는 떡이 바로 무청.. 지리산 자락 함양의 솔잎 찰떡, 떡에 솔향을 빚는다는 것의 의미 떡 위로 내려앉은 솔향의 기억경상남도 함양.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이 고요한 산골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특별한 떡이 있다. 겉보기엔 평범한 찰떡이지만,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다르다. 그 향은 익숙하지 않지만 낯설지도 않은, 깊은 숲의 향기다. 바로 솔잎 찰떡이다. 이 찰떡은 단순히 솔잎을 장식처럼 얹은 것이 아니다. 떡을 찔 때 시루 바닥과 위에 솔잎을 깔고, 그 사이에 찹쌀 반죽을 넣어 증기로 솔향을 떡에 입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일부 마을에서는 솔잎을 곱게 다져 반죽에 섞기도 하고, 솔잎을 우려낸 물로 반죽을 빚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이 떡의 중심은 항상 ‘솔잎’이다.솔잎은 단지 향긋한 식재료가 아니다. 옛 사람들은 솔잎을 정화의 상징이자 건강을 지키.. 전북 무주 산중마을의 생율 찹쌀떡, 알밤이 아니라 ‘생율’만 고집한 이유 생율 찹쌀떡, 그 고집의 시작전북 무주의 산중마을에서는 매년 가을이 되면 깊은 숲속에서 고소한 떡 냄새가 퍼진다. 그 중심에는 보기 드문 전통 떡, 바로 ‘생율 찹쌀떡’이 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밤떡과는 전혀 다르다. 일반적으로 밤떡은 말린 밤을 삶거나 구워서 쓰지만, 무주의 이 떡은 껍질을 막 깐 생율만 고집해 만든다. 생율은 곧은 나무에서 갓 떨어진 밤으로, 시간이 지나면 떫은맛이 줄고 단맛이 강해지지만, 무주의 떡 장인들은 단맛보다는 밤 본연의 향과 밀도 있는 식감을 중요시했다. 이 생율 찹쌀떡은 단순히 재료의 차이에서 끝나지 않는다. 제철 식재료에 대한 철저한 고집, 자연에 순응하는 조리 철학, 그리고 산중 공동체의 느린 삶의 리듬이 모두 녹아 있는 음식이다. 이 떡을 먹으면 단순히 ‘.. 제주 애월에서만 먹던 마른꽃차 찰떡, 꽃으로 떡을 물들이다 꽃으로 물든 떡, 자연의 향을 입다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 덕분에 독특한 음식 문화가 발달해왔다. 특히 제주 애월읍의 한적한 산골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보기 드문 방식으로 찹쌀떡을 만들어 왔는데, 그 떡의 이름은 ‘마른꽃차 찰떡’이다. 이름만 들어도 고운 느낌이 드는 이 떡은 실제로도 고운 색을 머금고 있으며, 향까지 섬세하다. 떡 반죽에 꽃잎을 직접 넣거나, 꽃차를 우려낸 물을 섞어 자연스럽게 색과 향을 입히는 방식이다. 이 떡은 제주도 전통 음식 중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레시피에 속한다. 애월의 몇몇 산간 마을에서 마을 어르신들 사이에 구전되어 온 방식으로, 농한기 여성 공동체가 모여 만들던 ‘계절 떡’의 일종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제주의 야생 들꽃을 말려두었다가, 겨울 떡을 빚을 때 사용한.. 경북 영주의 산밤잎 찹쌀떡, 나무 향을 입은 떡의 비밀 떡에 나무 향을 더하는 산골의 지혜경상북도 영주의 깊은 산골, 특히 부석사 인근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특이한 방식으로 찹쌀떡을 만들어왔다. 바로 ‘산밤나무 잎’을 떡 아래에 깔고 찌는 방식이다.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이 전통은 오랫동안 마을 어르신들의 손끝에서 전해져 내려왔다. 일반 찹쌀떡처럼 겉면에 고물을 묻히거나 소를 넣는 것이 아니라, 찹쌀 반죽을 밤나무 잎 위에 올려 찌면서 은은한 나무 향이 떡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이 떡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떡은 시장에 나오는 제품이 아니고, 명절이나 제사, 마을 손님 접대용으로만 소량 만들어진다. 덕분에 외지인들은 이 떡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밤잎 향이 나야 제대로 된 찰떡이.. 강원도 정선 산골의 콩가루 물결떡, 흩날리듯 뿌린 고물의 정성 “고물을 덮는 게 아니라, 마을의 정을 뿌리는 일”강원도 정선의 산골 마을에는 유독 독특한 떡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다. 흔히 인절미나 고물떡 하면 콩가루를 고르게 묻히거나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 덮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정선에서는 콩가루를 ‘흩날리듯’, 마치 눈처럼 뿌리는 방식으로 떡을 마무리하는 문화가 있다. 이를 두고 ‘물결떡’이라 부르며, 그 이름에는 단순한 조리법 이상의 정서가 녹아 있다.눈처럼 내리는 고물, 무심히 툭툭 뿌리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정이 파도처럼 퍼져 나가는 행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물결떡은 주로 정월 대보름이나 초파일, 또는 농번기 직전의 마을 큰 행사에 맞춰 만들어졌다. 마을 공동찜통에서 한꺼번에 찹쌀떡을 찌고, 고소하게 볶아낸 서리.. 이전 1 2 3 4 5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