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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내륙의 겨울 보양 간식, 생강즙 넣은 찹쌀 강정의 숨은 레시피 겨울을 견디는 법, 충청도 마을의 지혜에서 찾다충청도 내륙은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특히 겨울은 건조하고 매서운 바람이 길게 이어진다. 이 지역의 어르신들은 언제나 겨울을 “바람을 품은 산”이라고 표현해 왔으며, 그러한 자연의 특성은 오랜 세월 동안 이곳 음식문화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겨울철 부족해지는 체력과 떨어지는 면역력을 보완하기 위해, 마을마다 나름의 보양 간식이 발달했는데, 그중에서도 조용히 계승되어 오던 한 가지 음식이 있다. 바로 생강즙을 넣어 만든 찹쌀 강정이다. 일반적으로 강정은 설 명절이나 잔치상에서 빠지지 않는 전통 간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충청 내륙 일부 지역에서는 강정을 단순히 명절용이 아니라, 겨울철을 위한 일상적 보양 간식으로 활용해왔다. 특히 생강즙을 활용한 강..
경상북도 영양 깊은 산골의 ‘굴참나무 잎 떡’, 숯향 머금은 잎에 싸서 찐 겨울 별미 산이 깊어 떡도 특별했다, 영양 산골의 겨울 풍경경상북도 영양은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깊은 산골 지역이다. 산세가 험하고 고도가 높아 겨울이 길고 혹독한 것으로 유명하며, 외부에서의 식재료 수급이 어려워 지역 주민들은 오랫동안 자급자족의 전통을 이어왔다. 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음식들은 재료 하나하나에 자연의 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음식이 바로 ‘굴참나무 잎 떡’이다. 굴참나무는 낙엽활엽수로서, 일반적으로는 숯을 굽거나 땔감으로 쓰이는 나무다. 그런데 영양과 봉화, 청송 일대의 몇몇 마을에서는 굴참나무의 큼직한 잎을 활용해 떡을 싸서 쪘다. 이 특별한 조리법은 굴참나무 잎이 가진 강한 숯 향과 방부 성질 덕분에 겨울철 장기 보관에도 용이했고, 맛에서도 특유의 산내..
지리산 자락에서 겨울마다 쪄 먹던 ‘청미래 떡’, 뿌리줄기로 우린 떡 물의 비밀 약초와 떡이 만난 특별한 겨울, 지리산 골짜기의 지혜지리산 자락의 겨울은 유난히 깊고 길다. 다른 지역보다 온도가 낮고 눈이 많이 쌓이기에, 겨울 식량을 준비하는 일이 마을의 큰 일 중 하나였다. 이 험한 산중에서도 오래도록 전해져 내려온 특별한 겨울 간식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청미래 떡’이다. 이름만 들으면 생소할 수 있지만, 이 떡은 청미래덩굴의 뿌리줄기에서 우려낸 물로 반죽을 만들어 쪄내는 아주 희귀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청미래덩굴은 흔히 ‘망개나무’로도 불리며, 그 잎은 경남지역에서 망개떡을 싸는 데 사용되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청미래 떡은 잎이 아닌 뿌리줄기를 사용하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예부터 지리산 자락의 산촌 마을에서는 청미래의 뿌리를 겨울철 떡 반죽에 활용해, ..
경기 평야에서 겨울마다 만들던 ‘갯버들 껍질떡’, 나무껍질로 만든 생존 간식 겨울 평야의 척박함 속에서 태어난 나무껍질 떡경기도 남부 평야지대, 특히 안성·평택·이천 일대는 넓은 논과 밭이 펼쳐진 비옥한 농업 지대였다. 하지만 풍요로운 땅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겨울이 되면 이 지역은 철저히 빈곤해졌다. 수확이 끝나고 나면 저장된 곡물도 부족했고, 그나마 남은 것은 논두렁 옆이나 도랑가에 자라던 버들나무뿐이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은 ‘갯버들’이라는 특별한 버들나무의 껍질을 벗겨내어, 그것을 떡의 반죽 재료로 사용했다.이른바 ‘갯버들 껍질떡’은 겨울 생존 간식이자 보릿고개를 견디는 수단이었다. 갯버들은 일반 버들보다 수피가 얇고, 껍질을 삶아 우린 물은 옅은 갈색을 띠며 특유의 쌉싸래한 향이 난다. 이 물은 떡 반죽에 활용되어 밀도감과 향을 더했다. 이 떡은 설탕이나 조청 없이도 자..
강진 들판의 겨울 간식, 볏짚 재로 만든 ‘짚떡’의 부드러운 비밀 들판의 불빛 아래 태어난 겨울 떡, 짚으로 빚은 마을의 지혜전통적으로 떡은 곡물과 자연에서 채취한 식재료를 주재료로 삼아 계절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볏짚’이라는, 음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재료가 떡의 재료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이들이 의아해할 것이다. 하지만 전라남도 강진에서는 실제로 볏짚을 태운 재를 이용해 반죽한 ‘짚떡’이 존재했고, 지금도 일부 고령 주민들의 기억 속에 아련하게 남아 있다.짚떡은 단순한 이름처럼 들리지만, 그 속에는 강진 들판의 겨울 풍경, 논밭을 정리하던 농부들의 삶, 그리고 쌀이 귀하던 시절의 절약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볏짚은 수확이 끝난 뒤 논두렁에서 태워 거름으로 사용되었고, 일부 마을에서는 이 짚을 태운 재를 정성스럽게 모아..
울산 동구 어촌의 가자미포 떡, 생선 껍질을 이용한 바닷가 겨울 별미 생선 껍질이 떡이 된 사연, 바닷가의 겨울 생존식에서 시작되다울산 동구의 어촌 마을, 특히 방어진과 일산포 일대는 오랜 어업 전통을 가진 지역이다. 바다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내는 이곳 사람들은 생선을 단순히 반찬이나 요리 재료로만 보지 않았다. 뼈와 내장, 껍질까지도 버리지 않고 철저히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가자미포’는 울산 어촌의 독특한 겨울 보존식으로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식재료였다. ‘가자미포’란 가자미의 껍질과 살을 잘 손질하여 널찍하게 펴서 말린 것을 의미한다. 표준어로는 ‘건어물’의 일종에 불과하지만, 울산 사람들에게는 전통적으로 겨울철 중요한 식재료였으며, 김처럼 말려서 떡 위에 싸거나 곁들여 쪄 먹는 방식으로 이용되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음식이 바로 ‘가자미포 ..
경북 봉화 산골의 ‘고춧잎 찹쌀떡’, 매운 향이 은은한 잊힌 산간 겨울 간식 매운 향이 나는 떡? 봉화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특별한 겨울 맛대부분의 사람들은 ‘떡’ 하면 달콤하거나 고소한 맛을 떠올린다. 설탕이나 콩고물, 쑥이나 팥, 단호박과 같은 부드럽고 익숙한 재료들이 떡에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깊은 산골 마을, 특히 경상북도 봉화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떡을 만들어 먹던 풍습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고춧잎’이다. 매운맛이 강할 것이라는 오해와는 달리, 고춧잎은 삶거나 데치면 향긋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나며, 쌉쌀한 겨울 나물 특유의 풍취를 지녔다. 이 고춧잎을 이용한 찹쌀떡은 겨울철 봉화 일대의 일부 마을에서 전해지던 소박한 전통 간식이다. 특히 김장 후, 마을 어귀에 말려둔 고춧잎 다발을 꺼내어 찹쌀 반죽과 함께 빚던 이 떡은 한겨울 산골..
전북 고창 바닷가 마을의 소금꽃 찰떡, 천일염으로 간을 맞춘 유일한 떡 달지 않은 떡, 바닷가 마을에서만 전해진 특별한 간식한국의 떡 문화는 단맛이 중심이다. 꿀, 콩고물, 설탕, 팥소 등이 첨가되어 달콤하고 고소한 풍미를 지닌 떡이 보편적인 인식을 차지한다. 하지만 전라북도 고창의 바닷가 마을에서는 오히려 ‘단맛’이 아닌 ‘짠맛’을 강조한 특별한 떡이 오랜 시간 전해져 왔다. 그것이 바로 소금꽃 찰떡이다. ‘소금꽃’이란 고창 지역 염전에서 생성되는 천일염의 결정층을 일컫는 말로, 가장 순도 높고 불순물이 적은 미세 결정체다. 전통적으로 이 소금은 지역 주민들에게 귀한 재료였고, 일부 마을에서는 이 소금꽃을 소량씩 떡 반죽에 넣어 짭짤한 찰떡을 빚어 먹는 풍습이 전해졌다. 이 떡은 달지 않아 일상 간식으로 즐기기에 부담이 없었고, 특히 농번기나 노동이 많은 날, 땀 흘린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