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15) 썸네일형 리스트형 제주 비양도 마을에서 여름마다 빚던 톳반죽 떡, 바다 풀로 만든 이색 간식 바다와 들판 사이, 여름 떡이 자라던 섬의 기억제주도의 서쪽 끝, 협재 해변 너머로 떠 있는 작은 섬 비양도. 이 조용한 섬마을은 과거 해녀들이 많이 거주하던 마을이자, 해초와 바다 식재료로 이루어진 독특한 식문화를 간직한 공간이었다. 여름이면 이 마을의 여성들은 아침 일찍 바다로 나가 해조류를 채취했고, 오후에는 그 재료를 활용해 가족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여름에만 빚던 특별한 간식이 있었다. 바로 ‘톳반죽 떡’이다. 톳은 제주 해안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해조류로, 특히 비양도 인근에서는 물살이 빠르고 수온이 일정해 질 좋은 톳이 자란다. 이 지역의 해녀들은 톳을 채취해 말리거나 무침으로 만들어 먹는 데 그치지 않고, 떡의 반죽 재료로도 활용했다. 일반적인 찹쌀가루에 삶은 톳을 잘게 썰어.. 강릉 산간 마을에서 눈 오는 날 구워 먹던 메밀껍질 화덕떡, 사라진 겨울 손난로 간식 겨울 눈 속에서 익던 떡 한 조각의 기억강원도 강릉은 바다로 유명하지만, 그 안쪽 깊숙한 산간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농사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겨울이 길고 눈이 자주 내리던 강릉의 산골 마을에서는, 추운 계절 동안 단순히 먹기 위한 음식을 넘어서, 따뜻함을 나누기 위한 간식들이 전해졌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메밀껍질 화덕떡이었다. 지금은 거의 전해지지 않지만, 한때는 겨울이 되면 아이들이 손을 녹이기 위해 모닥불을 지피고, 그 불 위에 떡을 구워 먹는 장면이 흔했다. 메밀껍질은 메밀을 탈곡하고 난 뒤 나오는 부산물로, 보통은 버리거나 베개 충전재로만 사용되곤 했다. 그러나 과거 강릉 산간에서는 이 메밀껍질을 모아 겨울철 불쏘시개나 난방 연료로 사용하였고, 특히 조그마한 야외 화덕을 만들 때 유.. 전북 고창 갯벌 마을에서 겨울마다 만들던 굴껍질 숯떡, 바닷바람에 익힌 간식의 비밀 바다와 불, 떡이 어우러진 사라진 겨울 간식의 풍경전라북도 고창은 너른 갯벌과 풍부한 해산물로 유명한 해안 마을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바닷물이 밀려나간 틈을 타 굴, 바지락, 낙지 등을 채취하며 삶을 이어왔다. 특히 겨울철이면 마을의 갯벌은 더욱 분주해진다. 날이 차가워질수록 굴이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추운 바람을 맞으며 굴을 까던 사람들은 그 고단한 일을 마친 후, 따뜻한 불 앞에서 소박한 겨울 간식을 즐겼다. 그 음식이 바로 ‘굴껍질 숯떡’이다. 굴껍질 숯떡은 이름 그대로 굴을 까고 남은 껍데기를 태워 만든 숯불 위에 떡을 굽는 조리 방식에서 유래했다. 일반적인 화로나 숯보다 더 은은하게 열이 전달되는 굴껍질 불은 떡을 천천히 익히기에 딱 좋았고, 무엇보다 바닷소금기와 불 향이 떡에 스며들면서 오.. 충남 금산 인삼밭 옆 작은 마을에서 먹던 인삼조청절편, 사라진 보약 떡의 기억 떡에 담긴 보약의 향기, 잊혀진 조청의 단맛충청남도 금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삼의 고장이자, 전통 약재와 깊은 관련을 맺고 살아온 지역이다. 인삼의 뿌리는 약재로, 잎은 차로, 껍질은 비료로 쓰였으며, 이 고장에서 자란 사람들은 인삼을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삶의 일부로 여겼다. 그런 금산에서도 특별한 시기에만 맛볼 수 있었던 전통 간식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인삼조청절편’이다. 말 그대로 인삼을 조청에 우려낸 뒤 절편 떡과 함께 조합한, 단맛 속에 약재의 깊은 향이 녹아든 독특한 간식이었다. 이 떡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무렵이면 집안 어르신이나 귀한 손님에게만 조심스럽게 내놓던 귀한 음식이었다. 어린 시절 금산의 한 시골 마을에서는, 인삼농사를 짓던 어머니가 손수 인삼을 달이고 조청에 졸인 .. 경북 청도 민속장에서 전해지던 마늘잎 찹쌀떡, 사라진 봄 간식의 기록 봄볕과 함께 장터에 피어나던 초록 떡의 기억경상북도 청도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마늘 생산지다. 특히 봄철이면 청도 민속장은 생기 넘치는 지역 사람들로 북적이곤 했는데,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독특한 떡이 하나 있었다. 바로 마늘잎 찹쌀떡이다. 이름만 들으면 낯설지만, 마늘이 흔한 청도에서는 봄철 어린 마늘잎을 잘게 다져 찹쌀 반죽에 넣어 만든 이 떡이 과거 봄 한철 간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떡은 겉보기엔 평범한 찹쌀떡처럼 생겼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코끝을 스치는 알싸한 향과 연둣빛 반죽이 남다른 존재감을 풍겼다. 일반적인 팥소 대신 검은깨, 들깨, 삶은 으깬 콩소 등을 넣어 만들었기 때문에 당도가 강하지 않고, 봄철 입맛을 깨워주는 은근한 감칠맛과 향이 특징이었다.하지만 오늘날 이 마늘잎 찹쌀.. 강원 평창의 겨울 산골에서 만든 감자녹말 떡국떡, 사라진 ‘투명 떡’의 기록 찹쌀 대신 감자녹말로 빚은 겨울의 떡국떡강원도 평창은 험준한 산세와 매서운 겨울 바람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깊은 산골 마을에서는 겨울이 시작되기 전부터 저장 식량을 준비하며 긴 추위에 대비해 왔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감자였다. 평창은 고랭지 기후 특성상 벼농사가 쉽지 않아 예부터 찹쌀보다 감자를 더 많이 재배했고, 이를 녹말로 가공해 다양한 전통 음식에 활용했다.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음식이 바로 감자녹말로 만든 떡국떡, 일명 ‘투명 떡’이다. 겨울철 설 명절을 앞두고 찹쌀이 귀하거나 구하기 어려운 산골 가정에서는 감자녹말로 반죽해 얇게 썬 떡국용 떡을 직접 만들어 설날을 준비했다. 이 떡은 일반적인 떡국떡과는 달리 하얀 불투명한 색이 아니라, 빛을 비추면 안이 살짝 보일 정도로 투명한 외형을 가졌고,.. 충북 단양의 석회암 바위틈에서 자란 쑥으로 만든 ‘쑥산자’, 돌쑥의 쌉싸름한 정취 돌틈에서 피어난 향, 단양 돌쑥으로 만든 특별한 한과충청북도 단양은 석회암 지형이 넓게 펼쳐진 지역으로, 오랜 세월 동안 풍화된 돌틈 사이로 자라는 야생 식물들이 특별한 향과 맛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단양의 바위틈에서 자라나는 ‘돌쑥’, 일명 석회암 쑥은 일반 들쑥보다 향이 짙고 떫은맛이 거의 없어 예부터 귀한 식재료로 여겨졌다. 이 돌쑥은 예로부터 부인병, 소화불량, 냉증 완화에 효능이 있다고 하여 약재처럼 취급되었고, 봄철이 되면 어김없이 할머니들은 산으로 향해 이 쑥을 채취하곤 했다.하지만 이 돌쑥을 활용한 음식 중 가장 독특한 형태는 바로 ‘쑥산자’다. 산자는 보통 찹쌀 반죽을 말려 기름에 튀기고, 조청이나 꿀을 발라 고명을 입힌 전통 한과지만, 단양에서는 돌쑥을 다져 반죽에 섞어 만든 쑥.. 전북 고창 바닷바람에 말린 다시마 떡쌈, 바다와 떡의 만남 바다 향기 나는 떡, 고창에서 태어난 특별한 간식전북 고창은 한반도 서해안 남부에 자리잡은 풍요로운 땅이다. 고창은 흔히 청보리밭과 선운사, 풍천장어로 유명하지만, 오래전부터 이곳 어촌 마을에서는 바닷바람을 활용한 해조류 가공 기술이 전통적으로 전승돼 왔다. 특히 고창군 해리면과 심원면 일대는 겨울철 북서풍을 이용해 다시마를 자연 건조하는 마을로 알려져 있다. 그런 바닷바람과 해조류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탄생한 독특한 전통 간식이 있다. 바로 ‘다시마 떡쌈’이다. 다시마 떡쌈은 이름 그대로 찹쌀떡을 말린 다시마로 감싸 쪄내는 방식의 떡이다. 이 음식은 단순히 특별한 모양새나 새로운 맛을 위해 탄생한 것이 아니다. 겨울철 저장식품을 활용해 떡의 보존성을 높이고, 해조류의 미네랄을 보충하려는 지혜에서 비롯.. 이전 1 ··· 4 5 6 7 8 9 10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