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15) 썸네일형 리스트형 강원도 정선의 겨울 산속에서 만든 ‘솔가지 훈증 찰떡’, 연기 속에서 피어난 향기 겨울 산촌의 연기와 함께 익은 떡강원도 정선은 예부터 눈 많은 산골로 이름이 났다. 이곳의 겨울은 유난히 길고, 해가 짧으며, 무엇보다 차디찬 바람이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다. 깊은 산속에서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은 이런 계절의 거칠음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따뜻함을 만들어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솔가지 훈증 찰떡’이다. 이 떡은 단순히 찹쌀로 만든 떡이 아니다. 소나무 가지, 즉 솔가지를 불에 살짝 태워 생긴 연기와 열기로 찰떡을 익히는 특별한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떡은 훈증되어 향이 배고, 천연 방부 역할도 하게 된다. 따로 소금이나 보존제를 넣지 않아도 떡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솔가지 훈증 찰떡은 겨울에 먹는 떡이다. 특히 정선에서는 이 떡을 해가 바뀌는 시점, 즉 .. 경남 함양의 산중 마을에서 먹던 ‘토종 다래잎 찰떡’, 쌉쌀한 봄의 맛 이름조차 낯선 잎으로 만든 특별한 떡지리산의 품에 안긴 경남 함양의 산중 마을에서는, 봄이 되면 유난히 손이 바빠진다. 눈이 녹고 햇살이 따뜻해질 무렵,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작은 칼과 광주리를 들고 산을 오른다. 목적은 단 하나. 나물보다도 귀한 토종 다래잎을 채취하기 위함이다.다래는 보통 그 열매로 더 익숙하다. 야생 다래나무는 가을이면 작고 단단한 열매를 맺으며, 이 열매는 꿀처럼 달콤한 맛 덕분에 ‘자연산 과일’로 불리며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봄철 진짜 보물로 여겨지는 것은 열매가 아니라 어린 다래잎이다.다래잎 찰떡은 바로 그 잎으로 만든 희귀한 봄 간식이다. 다래잎은 독특하게도 한입 씹으면 은은한 쌉쌀함과 풀 향이 어우러진다. 데쳐도 떫은맛이 아주 조금 남지만, 오히려 그 미묘한 쌉.. 충북 괴산의 마을 장날에만 나왔던 ‘들깨순 찰떡’, 봄철 들깨의 초록 잎을 찹쌀에 더하다 봄 장날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그 떡충북 괴산은 계절에 따라 색이 바뀌는 고장이다. 유난히 봄이 되면 이곳의 장터는 활기를 되찾는다. 무채색으로 잠들었던 마을이 연두빛 들녘으로 물들고, 농민들의 손에는 봄나물과 어린잎이 쥐어진다. 그중에서도 지금은 거의 잊혀진 특별한 간식이 있다. 바로 ‘들깨순 찰떡’이다. 이 떡은 봄철 들깨순이 한창일 때만 만들 수 있었다. 들깨순은 들깨 식물의 어린잎으로, 성숙한 들깨잎보다 부드럽고 향이 약하다. 그 연한 들깨순을 살짝 데쳐 다져서 찹쌀 반죽에 넣고 찐 떡이 바로 들깨순 찰떡이다.시장 한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통 위에 놓인 떡. 초록빛을 살짝 띤 그 떡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듯하지만, 한 입 베어 물면 은은한 들깨향과 함께 봄날 흙냄새, 들내음이 입안 가득 퍼.. 전북 무주 산골에서만 만들던 박속 찰떡, 박 속살의 단맛으로 빚은 겨울 간식 늙은박 속살로 떡을 빚던 기억겨울이 깊어질수록 전북 무주의 산골 마을은 더욱 고요해진다. 하얀 눈이 밭과 지붕을 덮고 나면, 사람들은 비로소 한 해의 수고를 정리하고 다음 해의 준비를 시작한다. 무주의 겨울은 길고 깊다. 그래서 이 지역의 사람들은 겨울 식량을 지혜롭게 준비해왔다. 박속 찰떡은 그 지혜 중 하나였다. 겉껍질이 단단하게 굳은 늙은박은 겨울 음식의 단골 재료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부드러운 속살은 떡으로 재탄생하곤 했다.‘박속 찰떡’은 시장이나 대중적인 떡집에선 찾아보기 힘든, 말 그대로 산속 마을에서 전해지는 전통 음식이다. 무주의 고지대에 위치한 몇몇 마을에서는 지금도 설 무렵이면 박속을 다듬고 찰떡을 찌는 풍경이 이어진다. 박의 속살은 수분이 많고 섬유질이 부드러워, 반죽에 넣으면 은근.. 강릉 안반데기에서 전해지던 ‘메밀뿌리 찰떡’, 뿌리까지 삶아 먹던 겨울 산촌의 기술 잎이 아니라 뿌리까지 먹던 사람들해발 1,100m에 위치한 강원도 강릉 안반데기는 평야가 아닌 고지대에 펼쳐진 메밀밭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메밀이 꽃피고 수확되는 시기를 제외하면 이곳의 겨울은 혹독한 추위와 눈으로 가득하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살아가던 산촌 사람들은 식재료를 버릴 줄 몰랐다. 메밀 수확이 끝난 뒤 버려지는 줄기와 뿌리조차도 귀한 먹거리로 여기며, 삶아 말리고, 찧고, 빻아 떡을 빚는 방식으로 재탄생시켰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메밀뿌리 찰떡’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메밀은 국수나 전으로 익숙하지만, 안반데기의 어르신들은 말한다. “진짜 메밀 맛은 뿌리에 있다”고. 이는 메밀 뿌리에 남아 있는 짙은 흙냄새와 특유의 쌉쌀함, 그리고 보글보글 끓일 때 피어오르는 구수한 향 때문이다. 메밀뿌.. 경북 청송의 껍질깎지 호박떡, 늙은호박을 껍질째 쪄서 빚은 슬로푸드 떡 껍질째 삶아 빚는 시골 떡의 고집경북 청송의 깊은 산골마을에서는 늙은호박이 단순한 채소 그 이상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농가 마당 한쪽에 누렇게 물든 늙은호박이 줄지어 놓인다. 크고 투박한 그 호박은 외관만 봐도 단단하고 껍질이 두꺼워 보이지만,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껍질까지도 귀한 식재료로 여겨진다.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이곳의 전통 떡, 바로 껍질깎지 호박떡은 호박을 껍질째 삶아 찹쌀가루와 함께 빚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 떡은 보통 호박떡이라 불리는 음식과는 태생부터 다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호박떡은 늙은호박의 속살만 긁어내 찹쌀가루나 밀가루에 섞어 만드는 반면, 청송의 껍질깎지 호박떡은 호박 껍질과 속을 함께 쪄내고, 곱게 으깬 뒤 반죽에 통째로 넣는다. 덕분에 떡의 색은 더 짙고, 풍미.. 강원 평창 고랭지 무청으로 만든 무청 찹쌀떡, 잎도 뿌리도 다 쓰는 떡살림 겨울 들머리, 마당에 널린 무청에서 떡이 시작되다강원도 평창은 겨울이 일찍 시작되는 곳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농가 마당에는 초록 무청이 수북이 널려 있다. 누구는 그 무청을 베어 묶어 장독 옆에 말려두고, 누구는 삶아 장아찌를 담근다. 그러나 평창 어느 산골 마을에서는 이 무청을 씻고 삶아 찹쌀반죽에 버무려 떡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무청 찹쌀떡이다. 이 떡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찰떡 속을 들여다보면 삶은 무청의 짙은 초록 결이 고르게 퍼져 있다. 처음엔 향긋하면서도 구수하고, 씹을수록 씁쓸한 감칠맛이 난다. 그 맛은 절로 입맛을 조용히 집중하게 만들고, 떡이 아니라 산을 먹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그 어떤 고명이나 잼 없이도 단순한 풍미만으로 오래 여운을 남기는 떡이 바로 무청.. 지리산 자락 함양의 솔잎 찰떡, 떡에 솔향을 빚는다는 것의 의미 떡 위로 내려앉은 솔향의 기억경상남도 함양.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이 고요한 산골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특별한 떡이 있다. 겉보기엔 평범한 찰떡이지만,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다르다. 그 향은 익숙하지 않지만 낯설지도 않은, 깊은 숲의 향기다. 바로 솔잎 찰떡이다. 이 찰떡은 단순히 솔잎을 장식처럼 얹은 것이 아니다. 떡을 찔 때 시루 바닥과 위에 솔잎을 깔고, 그 사이에 찹쌀 반죽을 넣어 증기로 솔향을 떡에 입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일부 마을에서는 솔잎을 곱게 다져 반죽에 섞기도 하고, 솔잎을 우려낸 물로 반죽을 빚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이 떡의 중심은 항상 ‘솔잎’이다.솔잎은 단지 향긋한 식재료가 아니다. 옛 사람들은 솔잎을 정화의 상징이자 건강을 지키.. 이전 1 2 3 4 5 6 7 8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