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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밑에서만 나는 귤로 만든 전통 과자의 모든 것

감귤이 과일 그 이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제주도에서 감귤은 단지 겨울철 과일이 아니라, 삶과 문화, 그리고 생계의 일부였다. 한라산 남동 사면, 특히 해발 300미터 이하의 완만한 지대에서 자란 감귤은 당도가 높고 껍질이 얇아 예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지금은 감귤을 손쉽게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감귤은 서울에 보내는 선물용 과일이자, 제주 사람들의 소득을 책임지는 전략 작물이었다. 한라산 자락에서 자란 감귤로는 단지 생과로만 소비되지 않았다. 이 과일은 오래 저장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제주 여성들은 감귤을 오래 두고 먹기 위한 다양한 가공 방법을 고안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감귤을 이용한 전통 과자들이었다. 감귤정과, 귤말랭이, 감귤떡, 감귤엿 등은 단순한 간식을 ..

전통 간식 2025.06.28

순천 장터에서 50년간 이어진 ‘깨강정’의 맛과 추억

시장 어귀를 지나면 들려오던 강정 깨지는 소리순천의 오래된 장터를 거닐다 보면,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5일장 날의 활기를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싱싱한 생선이 오가는 수산 좌판 옆, 구수한 곡물 냄새가 풍기는 곡물가게 사이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바로 깨강정을 만드는 강정집이다. 이곳은 이미 반세기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곳으로, 장터에서 강정 냄새와 바삭한 소리로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많은 이들에게 강정은 단순한 과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유년 시절의 추억, 설 명절에 선물로 받았던 기억, 혹은 장터에서 어머니 손을 잡고 지나가던 풍경과 맞닿아 있다. 특히 순천 지역에서는 깨강정을 ‘시장표 간식’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동네 어르신들에게는 추억의 맛이며, 젊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전통 간식 2025.06.28

조선시대 궁중 간식 '약과'가 지역별로 다른 이유

약과는 왜 궁중 음식이 되었을까약과는 한국 전통 과자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과자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기름과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조선시대 궁중의 식문화, 종교 의식, 지역적 특징이 모두 녹아 있다. 오늘날에도 약과는 제사상이나 혼례상에 자주 오르지만, 그 본래의 의미나 쓰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다. 약과라는 이름은 ‘약처럼 귀한 과자’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초기에는 종교적 의식이나 국가 행사에서 사용되었고, 후대로 갈수록 일반 백성들 사이로 확산되었다. 궁중에서는 약과를 단순히 ‘간식’으로 여기지 않았다. 기름에 튀기고 꿀이나 조청에 절이는 과정이 복잡하고 재료가 귀했기 때문에, 약과는 왕실의 중요한 제례나 손님 접대 자리에서만 사용되었다. 이런 배경 덕분에 약과는 시간..

전통 간식 2025.06.28

할머니 손에서 시작된 ‘들깨강정’의 역사와 지방별 차이

고소한 들깨 냄새로 채워지던 부엌, 그 강정의 기억어릴 적 명절이나 잔칫날이 다가오면 부엌 한구석에서는 들깨를 볶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커다란 놋그릇 안에서 들깨와 조청이 섞이며 부드럽게 버무려질 때, 기다리던 가족들의 눈빛은 설렘으로 반짝였다. 들깨강정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손맛과 계절의 정서를 함께 담아낸 전통 음식이었다. 특히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등에서는 명절 음식의 일부이자 마을 대소사에서 빠질 수 없는 상징적인 음식이었다.강정은 원래 쌀튀밥, 깨, 콩 등을 조청으로 굳혀 만든 전통 간식의 한 종류이다. 그중에서도 ‘들깨강정’은 고소함과 영양성분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들깨는 특유의 향 때문에 어린이들이 쉽게 좋아하진 않았지만, 어른들에겐 입안에서 퍼지..

전통 간식 2025.06.28

고구마말랭이 이전, 충청도 가을 간식은 이것이었다

말랭이가 되기 전, 고구마는 삶고 찧고 말려야 했다고구마말랭이는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건강 간식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간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며, 자연의 단맛만으로 충분한 풍미를 지닌 식품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자동 건조기로 고구마를 말려 소비하는 방식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충청도의 가을 농촌에서는 고구마를 ‘말랭이’로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푹 삶고, 찧어 반죽을 만들고, 다시 말려 가루나 덩어리 간식으로 재가공하는 일이 일상이었다.충청도는 고구마 주산지는 아니지만, 비교적 온화한 내륙 기후 덕분에 고구마 재배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음력 9월 중순부터 10월까지는 ‘고구마 캐는 철’로 불렸고, 이 시기 농가에서는 하루에도 몇 짐씩 고구마를 캐내 널어놓았..

전통 간식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