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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바닷가 마을의 조개껍데기로 구운 조개떡 이야기 바닷가에선 떡도 불 위가 아니라 조개껍데기 위에서 익었다전통 떡은 지역마다 놀라운 다양성과 독창성을 보여준다. 강릉 바닷가 마을에서는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떡이 존재했다. 바로 조개껍데기 위에서 구운 '조개떡'이다. 이 떡은 겉모습만 보면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는 동해안 어촌 특유의 생활 지혜와 환경에 맞춘 조리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조개떡은 밀가루나 쌀가루 반죽을 조개껍데기 안에 넣고 숯불 위에서 구워낸 떡이다. 조개껍데기는 자연적인 그릇이자 조리 도구 역할을 하며, 떡이 눌어붙지 않게 하고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게 도와준다. 이는 냄비나 프라이팬이 귀하던 시절, 바닷가 주민들이 선택한 대체 조리법이자 생존 방식이었다.이 글에서는 강릉과 인근 동해안 마을에서 만들어졌던 조개떡의 유..
제사상에 올리던 꿀떡, 원래는 귀한 손님에게만 내놓았다고? 꿀떡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오늘날 꿀떡은 전통시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국민 간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흰떡 안에 흐르는 달콤한 꿀물,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 쫄깃한 식감과 달콤한 맛 덕분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꿀떡의 모습은 오랜 세월에 걸쳐 변화된 결과이며, 본래 꿀떡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조선시대 기록과 지역 전통을 살펴보면 꿀떡은 흔한 음식이 아니었고, 명절이나 제사상에만 제한적으로 올려졌으며, 특히 귀한 손님이 왔을 때에만 특별히 꺼내 먹을 수 있는 고급 떡으로 분류되었다. 꿀이라는 재료 자체가 귀했고, 설탕이 대중화되기 전까지 꿀은 약재와 같은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꿀이 들어간 떡은 자연스럽게 ‘귀한 음식’으로 여겨졌다.이번 글에서는 꿀떡의 기원..
목포 항구에서 먹던 젓갈 떡, 소금 대신 젓갈을 썼다? 남도 바다에서 시작된 특별한 떡 이야기전통 떡이라 하면 흔히 쌀가루에 설탕, 소금, 콩고물 혹은 팥소를 넣어 만든 간식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전라남도 목포, 특히 항구 주변 마을에서는 한때 매우 독특한 떡이 명절과 제사상에 오르곤 했다. 그것이 바로 ‘젓갈 떡’이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이 떡은, 실제로 소금 대신 멸치젓이나 새우젓 같은 젓갈을 양념으로 사용하는 전통 간식이었다.젓갈은 원래 저장성과 강한 감칠맛 덕분에 밥상 반찬이나 국물의 감칠맛을 내는 데 쓰인다. 그런데 이 젓갈을 ‘떡’의 간에 사용했다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조리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즉흥적인 발상이 아니었다. 목포와 그 주변 어촌 마을들은 조선 후기로 접어들며 활발한 해상 교역과 함께 독자적인 ..
단호박떡의 원조는 전남 고흥? 지역 간 떡 전쟁의 진실 한 조각의 떡에 담긴 고장의 자존심명절이나 잔칫날, 혹은 집안 대소사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떡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떡 한 조각에는 조상의 손맛, 계절의 풍요, 그리고 지역의 고유한 정서가 함께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단호박떡’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며 트렌디한 전통 간식으로 떠올랐지만, 사실 이 떡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정리된 바가 없다.전남 고흥에서는 오래전부터 단호박을 주재료로 한 떡을 만들어왔다. 고흥군 도덕면, 풍양면 일대에서는 매년 가을마다 수확한 늙은호박으로 반죽을 만들어 찌거나 삶아 먹는 문화가 있었으며, 이를 지역 어르신들은 ‘호박시루떡’ 혹은 ‘단호박절편’이라 불렀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퍼진 단호박떡은 포장 방식도 다르고, 사용하는 재료..
해남에서 먹던 팥고물 송편, 왜 서울에서는 찾기 힘든가? 팥고물 송편, 남도의 깊은 맛이 깃든 떡송편은 온 나라의 명절 음식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지역색은 결코 하나가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주로 흰쌀가루로 만든 반달 모양의 송편이 익숙하지만, 전라남도 해남에서는 조금 다른 송편이 명절마다 사람들의 식탁을 채웠다. 바로 ‘팥고물 송편’이다. 이 송편은 쫀득한 반죽 안에 달콤하거나 담백한 팥소를 채우고, 겉에 삶은 팥고물을 듬뿍 묻힌 형태로, 겉부터 속까지 팥의 풍미가 살아 있는 떡이다. 해남 지역에서는 예부터 팥을 풍년의 상징으로 여겼고, 특히 팥을 귀신을 쫓는 재료로 여기는 전통에 따라 추석이나 설날 같은 큰 명절에는 반드시 팥을 활용한 떡이나 밥이 식탁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팥고물 송편은 단순히 먹는 음식이 아닌, 조상의 축복을 받고 한 해의 액운을..
한라산 밑에서만 나는 귤로 만든 전통 과자의 모든 것 감귤이 과일 그 이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제주도에서 감귤은 단지 겨울철 과일이 아니라, 삶과 문화, 그리고 생계의 일부였다. 한라산 남동 사면, 특히 해발 300미터 이하의 완만한 지대에서 자란 감귤은 당도가 높고 껍질이 얇아 예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지금은 감귤을 손쉽게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감귤은 서울에 보내는 선물용 과일이자, 제주 사람들의 소득을 책임지는 전략 작물이었다. 한라산 자락에서 자란 감귤로는 단지 생과로만 소비되지 않았다. 이 과일은 오래 저장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제주 여성들은 감귤을 오래 두고 먹기 위한 다양한 가공 방법을 고안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감귤을 이용한 전통 과자들이었다. 감귤정과, 귤말랭이, 감귤떡, 감귤엿 등은 단순한 간식을 ..
순천 장터에서 50년간 이어진 ‘깨강정’의 맛과 추억 시장 어귀를 지나면 들려오던 강정 깨지는 소리순천의 오래된 장터를 거닐다 보면,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5일장 날의 활기를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싱싱한 생선이 오가는 수산 좌판 옆, 구수한 곡물 냄새가 풍기는 곡물가게 사이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바로 깨강정을 만드는 강정집이다. 이곳은 이미 반세기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곳으로, 장터에서 강정 냄새와 바삭한 소리로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많은 이들에게 강정은 단순한 과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유년 시절의 추억, 설 명절에 선물로 받았던 기억, 혹은 장터에서 어머니 손을 잡고 지나가던 풍경과 맞닿아 있다. 특히 순천 지역에서는 깨강정을 ‘시장표 간식’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동네 어르신들에게는 추억의 맛이며, 젊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조선시대 궁중 간식 '약과'가 지역별로 다른 이유 약과는 왜 궁중 음식이 되었을까약과는 한국 전통 과자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과자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기름과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조선시대 궁중의 식문화, 종교 의식, 지역적 특징이 모두 녹아 있다. 오늘날에도 약과는 제사상이나 혼례상에 자주 오르지만, 그 본래의 의미나 쓰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다. 약과라는 이름은 ‘약처럼 귀한 과자’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초기에는 종교적 의식이나 국가 행사에서 사용되었고, 후대로 갈수록 일반 백성들 사이로 확산되었다. 궁중에서는 약과를 단순히 ‘간식’으로 여기지 않았다. 기름에 튀기고 꿀이나 조청에 절이는 과정이 복잡하고 재료가 귀했기 때문에, 약과는 왕실의 중요한 제례나 손님 접대 자리에서만 사용되었다. 이런 배경 덕분에 약과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