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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의 산밤잎 찹쌀떡, 나무 향을 입은 떡의 비밀 떡에 나무 향을 더하는 산골의 지혜경상북도 영주의 깊은 산골, 특히 부석사 인근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특이한 방식으로 찹쌀떡을 만들어왔다. 바로 ‘산밤나무 잎’을 떡 아래에 깔고 찌는 방식이다.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이 전통은 오랫동안 마을 어르신들의 손끝에서 전해져 내려왔다. 일반 찹쌀떡처럼 겉면에 고물을 묻히거나 소를 넣는 것이 아니라, 찹쌀 반죽을 밤나무 잎 위에 올려 찌면서 은은한 나무 향이 떡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이 떡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떡은 시장에 나오는 제품이 아니고, 명절이나 제사, 마을 손님 접대용으로만 소량 만들어진다. 덕분에 외지인들은 이 떡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밤잎 향이 나야 제대로 된 찰떡이..
강원도 정선 산골의 콩가루 물결떡, 흩날리듯 뿌린 고물의 정성 “고물을 덮는 게 아니라, 마을의 정을 뿌리는 일”강원도 정선의 산골 마을에는 유독 독특한 떡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다. 흔히 인절미나 고물떡 하면 콩가루를 고르게 묻히거나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 덮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정선에서는 콩가루를 ‘흩날리듯’, 마치 눈처럼 뿌리는 방식으로 떡을 마무리하는 문화가 있다. 이를 두고 ‘물결떡’이라 부르며, 그 이름에는 단순한 조리법 이상의 정서가 녹아 있다.눈처럼 내리는 고물, 무심히 툭툭 뿌리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정이 파도처럼 퍼져 나가는 행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물결떡은 주로 정월 대보름이나 초파일, 또는 농번기 직전의 마을 큰 행사에 맞춰 만들어졌다. 마을 공동찜통에서 한꺼번에 찹쌀떡을 찌고, 고소하게 볶아낸 서리..
전북 임실에서 대보름 직전 만들던 팥깍지 찹쌀떡, 알맹이보다 껍질이 귀했던 이유 알맹이보다 껍질이 귀했던 이유전라북도 임실의 한 산골 마을에서는 대보름을 앞둔 음력 정월 초부터 바삐 떡을 준비하곤 했다.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팥떡이라면 붉은 팥알을 삶아 곱게 갈아 고물로 입히거나, 반죽에 섞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마을에서는 남다른 방식으로 떡을 만들었다. 팥의 ‘알맹이’가 아니라 ‘껍질’만을 모아 떡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팥깍지 찹쌀떡’이다. 이 떡은 오랜 가난의 흔적이자, 절기 음식에 담긴 지혜였다. 알맹이는 팔아 생계를 잇고, 껍질은 삶아내어 가족끼리 떡을 해 먹는 풍습은 절약과 공동체 정신이 깊게 배어 있던 시절을 반영한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버려질 재료를 알뜰히 활용한 음식이지만, 당시엔 그것이야말로 '진짜 귀한 음식'이었다.대보름은 단지 부럼을 깨..
강원도 인제 산골마을에서 설날마다 나눠 먹던 잣가루 인절미, 소나무 아래의 고소한 전통 겨울 산자락에 퍼지던 잣 향기강원도 인제의 산골 마을은 겨울이면 다른 곳보다 훨씬 조용해진다. 하얗게 눈이 덮인 산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돌담과 굴뚝 연기 속에서, 설날을 앞둔 사람들의 손놀림은 더욱 분주해졌다. 따뜻한 온돌방 한켠에서는 갓 쪄낸 찹쌀떡이 김을 내며 식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잣을 조심스럽게 까서 곱게 빻는 어머니의 손길이 이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잣가루 인절미, 인제 지역만의 독특한 겨울 떡이다. 이 떡은 콩고물 대신 잘게 부순 잣가루를 인절미에 넉넉히 묻혀 먹는 방식으로, 단순히 맛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설날 전후로 산촌에서는 따뜻한 방 안에서 온 가족이 모여 떡을 나눠 먹는 전통이 있었고, 그 속에 담긴 잣은 겨울을 버틴 자연의 결실이었다. 잣은 그 자체로 귀..
경상북도 청도 돌담마을에서 겨울마다 빚던 감껍질 찰떡, 말린 감의 숨은 쓰임새 달콤한 감의 껍질에서 피어난 떡 한 조각의 겨울경상북도 청도는 예부터 단감과 반건시의 고장으로 이름 높았다. 감이 익는 늦가을이면 집집마다 처마 밑에 감이 주렁주렁 매달리고, 시골길을 걷다 보면 돌담 너머로 감 껍질을 말리는 풍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감은 먹고 껍질은 버리는 게 상식이었지만, 청도 돌담마을의 어르신들은 이 껍질조차 소중히 모아 찰떡 반죽에 넣거나 떡을 찔 때 덮어 향을 더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감껍질 찰떡이다. 감껍질 찰떡은 그 이름부터 낯설게 느껴지지만, 사실 이는 청도 지역 겨울 간식의 정수였다. 감껍질은 겨울 내내 말려두었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찰떡 반죽에 다져 넣거나, 떡을 찔 때 위에 덮어 은은한 감향을 배게 하는 데 쓰였다. 과육보다 더..
충청 내륙 마을에서 명절마다 구웠던 꿀조청 달고나 떡, 숯불 위에서 피어오른 기억 숯불 향 속에 스며든 명절의 단맛충청도 내륙 깊숙한 마을에서는 명절이 다가오면 이웃의 화덕과 장독대 옆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해가 짧아지는 초겨울, 마당 가운데에 장작불을 지피고, 붉게 달아오른 숯불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지는 떡 하나. 이 떡은 보통의 떡이 아니었다. 겉은 찹쌀 반죽으로 만들어졌지만, 속에는 집에서 만든 꿀조청이 듬뿍 들어가 달고나처럼 바삭하면서도 끈적한 단맛이 어우러졌다. 불 위에서 익어가며 퍼지는 고소한 향은 아이들의 콧속을 간질였고, 명절이 왔다는 걸 가장 먼저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했다. 이 떡은 ‘달고나 떡’ 혹은 ‘조청 숯불 떡’이라고도 불렸고, 오직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간식이었다. 꿀과 조청이 귀하던 시절, 집집마다 조청을 직접 고아 쓰던 충청도에서는 이..
제주 비양도 마을에서 여름마다 빚던 톳반죽 떡, 바다 풀로 만든 이색 간식 바다와 들판 사이, 여름 떡이 자라던 섬의 기억제주도의 서쪽 끝, 협재 해변 너머로 떠 있는 작은 섬 비양도. 이 조용한 섬마을은 과거 해녀들이 많이 거주하던 마을이자, 해초와 바다 식재료로 이루어진 독특한 식문화를 간직한 공간이었다. 여름이면 이 마을의 여성들은 아침 일찍 바다로 나가 해조류를 채취했고, 오후에는 그 재료를 활용해 가족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여름에만 빚던 특별한 간식이 있었다. 바로 ‘톳반죽 떡’이다. 톳은 제주 해안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해조류로, 특히 비양도 인근에서는 물살이 빠르고 수온이 일정해 질 좋은 톳이 자란다. 이 지역의 해녀들은 톳을 채취해 말리거나 무침으로 만들어 먹는 데 그치지 않고, 떡의 반죽 재료로도 활용했다. 일반적인 찹쌀가루에 삶은 톳을 잘게 썰어..
강릉 산간 마을에서 눈 오는 날 구워 먹던 메밀껍질 화덕떡, 사라진 겨울 손난로 간식 겨울 눈 속에서 익던 떡 한 조각의 기억강원도 강릉은 바다로 유명하지만, 그 안쪽 깊숙한 산간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농사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겨울이 길고 눈이 자주 내리던 강릉의 산골 마을에서는, 추운 계절 동안 단순히 먹기 위한 음식을 넘어서, 따뜻함을 나누기 위한 간식들이 전해졌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메밀껍질 화덕떡이었다. 지금은 거의 전해지지 않지만, 한때는 겨울이 되면 아이들이 손을 녹이기 위해 모닥불을 지피고, 그 불 위에 떡을 구워 먹는 장면이 흔했다. 메밀껍질은 메밀을 탈곡하고 난 뒤 나오는 부산물로, 보통은 버리거나 베개 충전재로만 사용되곤 했다. 그러나 과거 강릉 산간에서는 이 메밀껍질을 모아 겨울철 불쏘시개나 난방 연료로 사용하였고, 특히 조그마한 야외 화덕을 만들 때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