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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해풍 맞고 말린 감으로 만든 ‘감떡’ 만드는 하루 기록 해풍이 키운 감으로 빚은 영덕의 특별한 떡영덕은 해풍과 햇살이 빚어낸 자연의 선물이 가득한 고장이다. 그중에서도 해풍 맞고 말린 감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손꼽힌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서히 농익은 감은 단맛과 향이 한층 깊어지며, 과거부터 귀한 재료로 여겨졌다. 그 감을 이용해 만든 감떡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잔치와 제사, 명절 때만 맛볼 수 있던 귀한 음식이자, 가족과 이웃이 나누던 따뜻한 정을 상징하는 음식이었다.이번 글에서는 영덕의 한 마을에서 해풍 맞은 감으로 감떡을 직접 만들어 본 하루의 기록을 담았다. 감떡 만들기는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전통의 맛과 방식을 배우고, 그 속에 담긴 삶의 지혜와 마음을 체험하는 시간이 되었다. 감떡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떤 의미를 지니며, 오..
속초 장날의 잊혀진 간식 ‘도루묵 튀김떡’은 왜 사라졌나? 장날 골목을 가득 채우던 고소한 냄새의 기억속초 장날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이 아니었다. 바닷가 마을 사람들과 산골 사람들이 모여 정을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하루를 보내는 큰 잔치 같은 날이었다. 그 속엔 시장 골목마다 손님을 유혹하는 음식 냄새가 가득했고, 그중에서도 도루묵 튀김떡은 장날의 대표 간식으로 꼽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며, 바다 내음이 은은히 배어 있던 그 떡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즐기던 별미였다.그러나 지금 속초 장날을 찾으면 도루묵 튀김떡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때 시장 한구석을 가득 메우던 그 고소한 냄새와 철판 소리, 한 손에 들고 뜨겁게 먹던 그 순간은 이제 기억 속으로만 남았다. 이 글에서는 도루묵 튀김떡의 기원과 조리법, 장날에서 차지하던 의미..
대구 시장에서 발견한 100년 된 전통 과자 ‘유과’ 명인과의 인터뷰 100년의 시간을 넘어 전해지는 한 조각의 달콤함대구의 오래된 재래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현대적인 간판과 프랜차이즈 가게들 사이에서 낡은 간판과 향긋한 기름 냄새를 풍기는 작은 가게를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 나는 100년 전통의 유과를 지켜온 한 명인을 만났다. 유과는 단순히 달콤한 전통 과자가 아니라, 세월과 정성, 손맛과 기다림이 빚어낸 과자였다. 시장 한복판, 작고 검은 가마솥 위로 기름 냄새와 고소한 튀김 냄새가 섞여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앞에 선 명인은 마치 시간을 잊은 듯 유과를 튀기고 조청에 굴리고 있었다. 대구 시장 유과 명인은 “이 과자는 그저 단맛이 아닙니다. 이건 집안의 기쁨, 마을의 잔치, 그리고 이웃과 나누는 정이지요.”라고 말했다. 이 글에서는 100년 전통 유과의 기원, ..
설날이면 고향집에서 만들던 ‘건강찰떡’, 이젠 직접 만들어봤다 설날 부엌에서 퍼지던 찰떡 냄새의 추억설날은 단순한 명절을 넘어 가족과 공동체가 하나 되는 시간이었다. 그 중심에는 늘 떡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건강찰떡은 설날 아침 고향집 부엌을 가득 채우던 떡이었다. 이 찰떡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한 해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음식이었다. 찹쌀에 약콩, 밤, 대추, 호박, 쑥, 검은깨 등 몸에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넣고 쪄낸 찰떡은 떡 한 조각에 자연의 영양과 어머니의 정성이 깃든 명절 음식이었다. 어린 시절 그 떡을 먹으며 느꼈던 쫀득하고 고소한 맛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이번에는 그 기억을 되살리고자 직접 건강찰떡을 만들어 보았다. 설날 고향집 부엌에서 보았던 떡 찌는 과정을 떠올리며 준비한 찰떡 만들기는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옛..
전통주 만들다 남은 찌꺼기로 만든 간식 ‘술떡’의 유래 술 빚는 집에서만 맛볼 수 있던 특별한 떡조선시대부터 한국의 전통주는 집집마다 손수 빚어 마시는 문화의 중심에 있었다. 명절이나 큰 잔치, 제례에 쓰이는 술은 단순히 술로 끝나지 않았다. 술을 빚고 남은 술지게미, 즉 술 찌꺼기는 또 다른 음식으로 거듭났다. 이 술 찌꺼기를 활용해 만든 간식이 바로 ‘술떡’이다. 술떡은 이름만 들으면 생소할 수 있지만, 한때 시골에서는 술 빚는 계절마다 마당과 부엌을 가득 채운 익숙한 풍경이었다.술떡은 단순히 알코올 향이 나는 떡이 아니었다. 술 빚기의 부산물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살림살이의 지혜에서 탄생했으며, 자연발효에서 오는 은은한 단맛과 특유의 촉촉한 식감 덕분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사랑받았다. 술떡은 ‘술이 나는 떡’이라 불리며, 잔치 뒤끝이나 제사 후 남은 술로 ..
부안의 전통 엿집에서 배운 엿 끓이기, 온몸으로 체험한 12시간 엿 냄새가 골목을 채우던 시절로 돌아가다부안의 오래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한때 골목마다 퍼지던 달큰하고 구수한 엿 냄새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부안에는 몇몇 전통 엿집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곳에서는 기계 대신 장인의 손과 가마솥 불이 엿을 완성시킨다. 엿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명절과 잔치, 아이 돌잔치, 심지어 제사까지, 부안 사람들의 특별한 날에는 늘 엿이 있었다. 엿을 끓이고, 굳히고, 잘라내는 과정은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온 가족과 마을이 함께하는 큰일이자 의식이었다.이번 글에서는 부안의 한 전통 엿집에서 12시간 동안 직접 체험하며 배운 엿 끓이기 과정을 담았다. 뜨거운 가마솥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저어낸 엿의 맛은, 그저 단맛이 아니라 수고와 기다림의 ..
문경 약초시장 뒤편, 약초를 곁들인 전통 떡 카페 체험기 약초 내음 가득한 시장에서 만난 특별한 떡문경은 예로부터 산과 물이 맑고 공기가 청정해 약초의 고장으로 불렸다. 특히 문경 약초시장은 전국 각지에서 약재상을 비롯한 상인과 여행객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약재를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경 고유의 산약초와 이를 활용한 다양한 전통 음식을 경험하기 위해서 오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약초시장 뒤편 골목에 숨은 듯 자리한 작은 전통 떡 카페는 문경을 찾는 이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긴다.이 카페는 일반 떡집과는 다르다. 이곳에서는 직접 기른 산약초를 반죽에 곁들이거나, 떡 위에 고명처럼 얹어 차와 함께 제공한다. 인삼, 쑥, 황기, 당귀 등 문경 산골에서 나는 약초가 떡의 재료로 사용되며, 그 향과 맛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
서울 토박이들이 기억하는 80년대 노점 ‘꿀호떡’ 이야기 뜨거운 철판 위에서 익어가던 도시의 겨울 풍경1980년대 서울의 거리에는 계절마다 고유한 냄새가 있었다. 여름에는 얼음사탕과 탄산음료, 가을에는 군밤과 군고구마, 그리고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골목을 채운 것은 바로 꿀호떡의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었다. 서울 토박이들에게 꿀호떡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린 시절 추운 골목에서 손을 비비며 기다리던 기억이고, 시장 끝자락 노점에서 들려오던 지글지글한 철판 소리였다.지금처럼 브랜드화된 호떡 체인이 없던 그 시절, 서울의 꿀호떡은 가내 수공업의 극치였고, 사람의 손맛과 즉석 조리의 매력으로 가득했다. 아파트보다는 연립주택과 단층 상가가 즐비하던 골목에서, 매일같이 철제 호떡 틀을 들고 노점을 펼치던 할머니와 아저씨들의 꿀호떡은 단순한 먹거리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