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간식

목포 항구에서 먹던 젓갈 떡, 소금 대신 젓갈을 썼다?

wannabe-news 2025. 6. 29. 10:27

남도 바다에서 시작된 특별한 떡 이야기

전통 떡이라 하면 흔히 쌀가루에 설탕, 소금, 콩고물 혹은 팥소를 넣어 만든 간식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전라남도 목포, 특히 항구 주변 마을에서는 한때 매우 독특한 떡이 명절과 제사상에 오르곤 했다. 그것이 바로 ‘젓갈 떡’이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이 떡은, 실제로 소금 대신 멸치젓이나 새우젓 같은 젓갈을 양념으로 사용하는 전통 간식이었다.

젓갈은 원래 저장성과 강한 감칠맛 덕분에 밥상 반찬이나 국물의 감칠맛을 내는 데 쓰인다.

목포 항구에서 먹던 젓갈 떡

 

그런데 이 젓갈을 ‘떡’의 간에 사용했다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조리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즉흥적인 발상이 아니었다. 목포와 그 주변 어촌 마을들은 조선 후기로 접어들며 활발한 해상 교역과 함께 독자적인 항구 식문화를 만들어냈고, ‘소금보다 젓갈이 더 흔했던 시절’이 존재했다.

이 글에서는 젓갈 떡이라는 다소 생소하지만 뿌리 깊은 전통 간식의 역사와 조리법, 그리고 그것이 사라진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명해본다. 더불어 항구 지역의 떡 문화가 어떻게 바닷바람과 어업 중심의 생계 구조 안에서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오늘날 이런 전통이 왜 기록으로만 남게 되었는지를 하나하나 짚어본다.

젓갈 떡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젓갈 떡의 기본 재료는 일반 떡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멥쌀가루나 찹쌀가루를 기본으로 사용하되, 간을 맞추기 위한 핵심 재료가 소금이 아닌 ‘젓갈’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목포 항구 근처 마을에서는 주로 멸치젓, 새우젓, 갈치속젓을 사용했으며, 젓갈의 종류에 따라 떡의 향과 맛이 다르게 나타났다. 멸치젓을 쓰면 구수하고 짭조름한 맛이 강했고, 새우젓은 부드러운 감칠맛을 냈다.

이 떡은 보통 시루떡이나 절편 형태로 만들어졌다. 쌀가루를 익반죽하거나 생가루 상태에서 젓갈과 섞은 후, 시루에 쪘다. 젓갈은 단순히 간의 역할만 한 것이 아니라, 발효된 맛이 떡에 깊이를 더했고, 시간이 지나도 떡의 풍미가 쉽게 변하지 않도록 보존성에도 기여했다. 어촌에서는 냉장 보관이 어려운 시절, 젓갈을 활용해 떡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관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은 떡을 찐 후 위에 다시 젓갈을 소량 덧바르거나, 얇게 채 썬 무말랭이나 해초류를 함께 섞어 떡의 식감을 다채롭게 만들기도 했다. 젓갈을 활용한 떡은 대부분 단맛보다는 짭조름한 감칠맛을 중심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밥 대용으로도 충분히 활용됐고, 바다일을 나가기 전 간단한 요깃거리로도 자주 소비되었다.

이처럼 젓갈 떡은 단순한 별미가 아니라, 목포 항구 주민들의 생존 방식이 반영된 생활식이자, 그들만의 실용적 지혜가 담긴 전통음식이었다.

왜 이 독특한 떡은 사라졌을까?

젓갈 떡이 더 이상 시장이나 명절상에서 쉽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먼저 손꼽을 수 있는 것은 기호 변화다. 현대인들은 떡에 달콤함이나 부드러움을 기대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젓갈 떡은 향이 강하고, 간이 짭짤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젓갈 특유의 발효 냄새는 도시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고, 떡에서 ‘비린내’가 난다고 오해받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유통 환경의 변화도 젓갈 떡의 몰락에 영향을 미쳤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젓갈 떡은 방부제를 쓰지 않고, 젓갈의 염분을 이용해 보존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현대 식품 위생법에서는 발효 식품을 사용한 떡의 판매 기준이 엄격해졌고, 장기 유통이 어려워졌다. 이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장인들이 젓갈 떡 생산을 포기하게 만든 주된 요인이 되었다.

무엇보다 전통의 단절이 가장 큰 문제다. 이 떡은 정확한 레시피나 문서가 남아 있지 않고, 대부분 구술로만 전해졌다. 즉,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전해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그 계보가 끊기면 더 이상 복원이 어렵다. 젓갈 떡은 특정 집안이나 어촌 공동체 안에서만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레시피나 감각이 지역 밖으로 퍼지지 못한 채 사라져버린 것이다.

실제로 1970~80년대까지도 목포 인근 무안, 영암, 진도 일부 지역에서는 젓갈 떡을 명절이나 제례용으로 만들어먹는 전통이 이어졌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 단 한두 곳의 민속음식 전시관이나 고령 주민의 증언을 통해서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젓갈 떡, 사라진 음식이 아닌 기록해야 할 문화

젓갈 떡은 단순히 특이한 재료를 쓴 지역 떡이 아니다. 그것은 목포 항구라는 특정 지역이 가진 지리적 특성과 생계 환경, 그리고 재료에 대한 유연한 인식이 만들어낸 독창적인 음식 문화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만들어진 떡에는 ‘이 정도쯤은 괜찮다’고 여겼던 실용성과, 무엇이든 음식으로 바꿔내던 해안 주민들의 손맛이 함께 녹아 있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사라짐이 곧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전통 떡을 기억하고 복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지역 대학이나 음식문화센터, 관광 콘텐츠 개발 기관에서 젓갈 떡을 체험형 콘텐츠로 복원한다면,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교육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지금 젓갈 떡을 복원하는 일은 단지 음식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젓갈 떡은 음식의 범주를 넘어 문화로 기억되어야 한다. 단 한 조각이라도 그 맛을 제대로 재현한다면, 그것은 과거의 풍경과 이야기를 오늘로 이어주는 ‘문화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이 떡을 기록하고,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이유는 바로 그 ‘잇는 힘’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