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틈에서 피어난 향, 단양 돌쑥으로 만든 특별한 한과
충청북도 단양은 석회암 지형이 넓게 펼쳐진 지역으로, 오랜 세월 동안 풍화된 돌틈 사이로 자라는 야생 식물들이 특별한 향과 맛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단양의 바위틈에서 자라나는 ‘돌쑥’, 일명 석회암 쑥은 일반 들쑥보다 향이 짙고 떫은맛이 거의 없어 예부터 귀한 식재료로 여겨졌다. 이 돌쑥은 예로부터 부인병, 소화불량, 냉증 완화에 효능이 있다고 하여 약재처럼 취급되었고, 봄철이 되면 어김없이 할머니들은 산으로 향해 이 쑥을 채취하곤 했다.
하지만 이 돌쑥을 활용한 음식 중 가장 독특한 형태는 바로 ‘쑥산자’다. 산자는 보통 찹쌀 반죽을 말려 기름에 튀기고, 조청이나 꿀을 발라 고명을 입힌 전통 한과지만, 단양에서는 돌쑥을 다져 반죽에 섞어 만든 쑥산자가 오래전부터 명절 간식으로 전해졌다. 일반 쑥떡과는 전혀 다른 조리 방식이면서, 쑥의 진한 향과 튀김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이색 간식이었던 것이다.
쑥산자는 충북 단양의 일부 산골 마을에서만 만들어졌던 음식으로, 오늘날에는 기록조차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 음식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 자연이 선물한 향과 어머니 세대의 손맛이 만나 만들어낸 지역 유산이다. 특히 요즘처럼 건강 간식, 전통 식재료, 지역 특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대에, 이 같은 전통 한과는 다시 조명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쑥산자 만드는 과정과 돌쑥의 활용법
쑥산자의 핵심은 무엇보다 향이 진한 돌쑥을 고르게 활용하는 법에 있다. 단양에서 자라는 돌쑥은 해발 300~500m 이상의 석회암 지대에서 자생하며, 수확 시기는 보통 4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다. 이 시기의 쑥은 줄기가 연하고 향이 가장 진하며, 쌉싸름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도는 독특한 풍미를 갖고 있다. 일반적인 쑥보다 섬유질이 적어 떡이나 반죽류에 섞었을 때 텁텁함이 덜하다.
채취한 돌쑥은 잘 씻어 데친 뒤, 물기를 짜고 곱게 다져 반죽에 넣는다.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섞은 뒤 뜨거운 물로 익반죽을 해, 손에 쫀득하게 붙을 정도로 반죽의 점도를 맞춘다. 여기에 다진 돌쑥과 약간의 소금, 그리고 볶은 참깨를 넣고 섞어 작은 송편 크기로 빚는다. 이 반죽은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1~2일 정도 자연 건조를 거친다.
충분히 말린 뒤에는 전통 방식 그대로 기름에 두 번 튀긴다. 처음엔 중불에서 속까지 익히고, 두 번째엔 강불로 겉면을 바삭하게 마감하는 방식이다. 튀겨진 쑥산자는 한김 식힌 후, 직접 끓인 조청이나 꿀을 얇게 바르고, 고운 쌀가루나 참깨, 들깨 고명을 뿌려 완성한다.
완성된 쑥산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하며, 입안에 넣는 순간 돌쑥의 향이 퍼지면서 조청의 은은한 단맛과 어우러진다. 오랜 시간 기름과 열을 견디며 살아남은 쑥의 향은 마치 숯 향처럼 은근하게 오래 남으며, 단양 지역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한 입만 먹어도 봄내음이 밀려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단양 쑥산자의 지역적 가치와 계승 필요성
쑥산자는 단순한 한과가 아니다. 그 안에는 단양이라는 지역이 가진 지질적 특성과 자연 환경, 그리고 그 환경을 활용해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석회암 지대는 땅이 척박하고 물이 잘 빠지는 특성이 있어 일반적인 농사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땅에서는 쑥, 도라지, 더덕 같은 산야초가 오히려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자라며, 사람들은 이런 자생식물을 활용해 식생활을 꾸려왔다.
쑥산자는 명절이나 큰 잔치에만 등장하는 특별식이었다. 특히 설날이나 추석 전날이면 집안 어른들과 며느리들이 모여 돌쑥을 다듬고 반죽을 빚고, 산자를 튀기며 하루를 보냈다. 튀기면서 나오는 쑥 향에 아이들이 매달리고, 조청에 찍어 먹던 추억은 세대와 시간을 넘어 이어졌다.
지금은 기름에 튀기는 번거로움과 손이 많이 가는 탓에 거의 만들어지지 않지만, 쑥산자는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바삭한 식감, 쑥의 기능성, 자연 그대로의 색과 맛이라는 점에서 현대인의 입맛과도 잘 맞는다. 최근에는 농촌체험마을에서 이 전통 간식을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복원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된다면, 쑥산자는 단양만의 독창적인 향토 먹거리로 재조명받을 수 있다.
자연과 손맛이 빚은 건강한 바삭함, 쑥산자를 복원해야 하는 이유
단양의 쑥산자는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설다. 기록도, 판매처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음식은 사라질 이유가 없다. 단순히 오래된 조리법이라는 이유로 잊기에는, 그 안에 담긴 지역성과 계절성, 영양성과 감성이 너무 크다.
특히 현대 사회는 건강 간식, 전통 식문화, 자연친화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쑥산자는 이러한 트렌드에 정확히 부합하는 간식이다. 기름에 튀겼음에도 속이 부담스럽지 않고, 쑥 고유의 향이 인공적인 향미료 없이도 맛을 완성한다. 유기농 식재료, 무첨가 간식, 식물성 디저트 등의 키워드를 고려하면, 이 쑥산자는 단지 전통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간식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쑥산자는 단양의 자연이 주는 선물과 사람의 손맛이 어우러져 완성된 음식이다. 석회암 지대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자란 돌쑥을 수확하고, 정성껏 반죽해 말리고 튀겨내는 과정은 단순한 조리가 아니라 문화이자 삶이다. 오늘날 우리가 이 쑥산자를 다시 복원한다면, 단지 하나의 간식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계절, 전통과 건강이 살아 숨쉬는 식문화를 되찾는 일이 될 것이다.
이제는 누군가가 다시 이 음식을 기억하고, 남기고,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쑥산자의 바삭한 식감 너머에는, 단양이라는 고장의 봄바람과 어머니들의 손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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