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간식

울산 동구 어촌의 가자미포 떡, 생선 껍질을 이용한 바닷가 겨울 별미

wannabe-news 2025. 7. 10. 12:26

생선 껍질이 떡이 된 사연, 바닷가의 겨울 생존식에서 시작되다

울산 동구의 어촌 마을, 특히 방어진과 일산포 일대는 오랜 어업 전통을 가진 지역이다. 바다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내는 이곳 사람들은 생선을 단순히 반찬이나 요리 재료로만 보지 않았다. 뼈와 내장, 껍질까지도 버리지 않고 철저히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가자미포’는 울산 어촌의 독특한 겨울 보존식으로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식재료였다.

울산 동구 어촌의 가자미포 떡

 

‘가자미포’란 가자미의 껍질과 살을 잘 손질하여 널찍하게 펴서 말린 것을 의미한다. 표준어로는 ‘건어물’의 일종에 불과하지만, 울산 사람들에게는 전통적으로 겨울철 중요한 식재료였으며, 김처럼 말려서 떡 위에 싸거나 곁들여 쪄 먹는 방식으로 이용되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음식이 바로 ‘가자미포 떡’이다.

가자미포 떡은 달콤하거나 고소한 일반 떡과는 달리, 생선 껍질에서 우러나오는 짭조름하면서도 깊은 바다 향을 품고 있다. 특히 겨울철 잡아올린 가자미를 얇게 손질해 햇볕에 바짝 말린 후 찹쌀떡 반죽과 함께 조리하는 방식은 울산의 일부 가정에서만 전해지는 희귀한 전통이다. 생선 껍질과 떡이라는 낯선 조합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어촌 마을의 생존 방식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오늘날에는 거의 사라진 이 음식은 단순한 떡이 아니라, 바닷가 겨울의 풍경과 사람들의 생활 지혜가 오롯이 담긴 음식 유산이라 할 수 있다. 떡에 고기나 생선 성분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콘텐츠적으로도 매우 드물고,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독특한 식문화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

가자미포 손질과 떡 만들기 과정, 어촌만의 정성이 담긴 손맛

가자미포 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가자미를 손질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겨울에 잡히는 가자미는 살이 꽉 차 있고 껍질도 두꺼워 보존성이 좋다. 마을의 어르신들은 가자미를 배 갈라 손질한 후, 등 쪽 껍질을 살짝 벗기고 살은 최대한 얇게 펼쳐 바람과 햇볕에 바짝 말린다. 이렇게 만든 가자미포는 질기지 않고 향이 고소하며, 그대로 구워 먹어도 훌륭한 간식이 된다.

떡 반죽은 일반적인 찹쌀가루를 물에 불려 곱게 찌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특별한 점은, 가자미포를 떡의 속 재료로 넣거나, 떡을 얇게 펼친 뒤 가자미포를 싸서 찌는 방식이 병행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생선 껍질의 짭조름한 맛과 찹쌀의 쫀득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김이 오를 때 생선향이 떡 속으로 배어들면서, 일반 떡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바다 내음이 완성된다.

일부 마을에서는 가자미포를 다져 떡 반죽에 고루 섞어 넣는 방식도 있었다. 이런 형태는 겉으로 보기엔 일반 찹쌀떡과 비슷하지만, 씹을수록 가자미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난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떡 위에 얇은 가자미포 한 장을 얹은 뒤 찜기에 넣어 쪄내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껍질이 떡 표면에 고르게 붙으면서 마치 바다 김을 씌운 듯한 시각적 효과도 함께 얻게 된다.

이처럼 가자미포 떡은 그 자체로 기술과 손맛이 필요한 음식이며, 바다와 육지를 동시에 담아낸 전통적인 어촌 떡이다.

생선과 떡의 조화? 의외로 영양과 저장성도 뛰어난 이유

가자미포 떡은 특유의 풍미도 인상적이지만, 영양학적인 가치 또한 주목할 만하다. 가자미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으며, 비타민 B군과 미네랄이 함유된 건강 식재료다. 특히 껍질 부위에는 콜라겐이 많아 노화 방지와 피부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재료가 떡과 함께 조리되면 단순한 탄수화물 중심의 간식이 아닌 단백질 보강형 간식으로도 기능하게 된다.

또한, 말린 생선 껍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상온 보관에서도 일반 찹쌀떡보다 부패 속도가 느리고, 찜 후에도 풍미가 오래 유지된다. 단맛이 거의 없고, 생선 향이 자연 방부 효과를 내기도 하기 때문에 야외 활동이나 어업 종사 중 간편하게 들고 다니는 간식으로도 훌륭했다. 바다에서 하루를 보내는 어부들이 간식처럼 싸가지고 나갔던 데에는 이러한 저장성과 풍미의 균형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가자미포 떡은 단지 특별한 맛의 떡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존 음식이자 기능성 간식이었다. 생선과 떡의 조합은 생소할 수 있지만, 영양 보충과 저장성, 휴대성까지 고려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현대적 시각에서 보면 매우 고기능 간식이자, ‘고단백 저당 떡’이라는 건강 식품 시장에도 적합한 구조다.

 잊힌 어촌 떡을 복원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할 때

가자미포 떡은 이제 더 이상 울산의 어촌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음식이 되었다. 가자미포 자체를 손질해 말리는 집도 드물고, 떡과 생선을 함께 조리하는 전통은 거의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그 희귀성은 오히려 이 떡의 콘텐츠적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현대적으로 복원하고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울산 동구의 어촌 체험 마을에서는 가자미포 떡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고, 가자미포를 활용한 단백질 강화 떡 제품을 프리미엄 건강 간식으로 개발할 수 있다. 고단백 해조류 간식이 유행하는 지금, 건어물 기반 떡 간식은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떡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바다와 연결된 떡 문화의 귀한 자산이다. 육지 중심의 떡 문화가 대부분인 한국에서, 생선을 떡에 활용한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이런 점에서 가자미포 떡은 전통 식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도시인들에게는 ‘낯선 떡’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계절성과 지역성, 생존의 지혜와 음식의 다양성이 모두 담겨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 떡을 다시 찾아야 할 시간이다.
울산의 바다 바람이 불던 마을, 손끝에서 말라가던 가자미 껍질,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던 쫀득한 찹쌀떡.
그 조합은 단지 옛 간식이 아니라, 바다를 기억하는 방식이자 사라진 어촌 음식문화의 중요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