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간식

경북 봉화 산골의 ‘고춧잎 찹쌀떡’, 매운 향이 은은한 잊힌 산간 겨울 간식

wannabe-news 2025. 7. 10. 06:18

매운 향이 나는 떡? 봉화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특별한 겨울 맛

대부분의 사람들은 ‘떡’ 하면 달콤하거나 고소한 맛을 떠올린다. 설탕이나 콩고물, 쑥이나 팥, 단호박과 같은 부드럽고 익숙한 재료들이 떡에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깊은 산골 마을, 특히 경상북도 봉화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떡을 만들어 먹던 풍습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고춧잎’이다. 매운맛이 강할 것이라는 오해와는 달리, 고춧잎은 삶거나 데치면 향긋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나며, 쌉쌀한 겨울 나물 특유의 풍취를 지녔다.

경북 봉화 산골의 고춧잎 찹쌀떡

 

이 고춧잎을 이용한 찹쌀떡은 겨울철 봉화 일대의 일부 마을에서 전해지던 소박한 전통 간식이다. 특히 김장 후, 마을 어귀에 말려둔 고춧잎 다발을 꺼내어 찹쌀 반죽과 함께 빚던 이 떡은 한겨울 산골의 냉기를 품고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달지 않고 짭짤하며, 입 안에서 퍼지는 은은한 향 덕분에 어르신들은 차 대신 떡을 먹으며 몸을 데우기도 했다.

이 고춧잎 찹쌀떡은 ‘알려지지 않은 산촌의 떡 문화’ 중에서도 특히 기록이 드물고, 오직 지역 구전과 일부 가정의 경험 속에서만 간신히 이어지는 음식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겨울 식재료의 지혜로운 활용법산촌의 생존 방식,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풍미를 간직한 음식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춧잎의 수확과 보관, 찹쌀떡으로 재탄생하기까지

고춧잎은 보통 고추가 열리기 전 여름철 중순부터 채취할 수 있지만, 봉화의 산촌에서는 고추를 다 수확한 후, 늦가을에 고춧잎을 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수확한 고춧잎은 깨끗하게 손질해 삶은 뒤, 줄기를 제거하고 잎만 잘 펴서 덩어리지지 않게 말린다. 이렇게 말려 둔 고춧잎은 겨울에 다시 삶거나 데쳐 찹쌀떡 반죽에 넣는다.

찹쌀은 봉화의 고랭지에서 나는 토종 찹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고춧잎은 반죽 안에 잘게 썰어 넣거나 겉면에 한 겹 싸서 찌는 방식으로 조리되었다. 일부 집에서는 고춧잎에 소량의 된장이나 간장을 묻혀 무쳐둔 것을 찹쌀 반죽에 싸서 ‘절임 떡’ 형태로 만들기도 했다. 이때 나오는 풍미는 고소하고 쌉싸름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해, 마치 채소 스낵처럼 중독성 있는 간식이 되었다.

특히 고춧잎 찹쌀떡은 김장 후 며칠 동안 손이 놀 때, 가족들이 모여 함께 만들던 겨울 간식이었다. 남은 찹쌀가루와 고춧잎만 있으면 만들 수 있었고, 반죽이 식기 전에 떡살로 납작하게 누른 뒤 찜통에 넣으면 그윽한 향이 온 집안에 퍼졌다. 이 떡은 꿀이나 조청을 찍어 먹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아무 양념 없이 그대로 먹었으며, 차게 식어도 향과 식감이 살아 있었다.

또한, 보관이 용이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다. 하루 이틀 정도는 실온에서도 상하지 않았고, 기름지지 않아 추운 날 야외에 나갈 때 싸가지고 다니기에 딱 좋았다. 겨울철 장날에 어머니가 도시락처럼 싸서 들고 가던 간식이기도 했으며, 일부는 장에 가져가 팔기도 했다.

고춧잎 떡이 가진 건강한 풍미와 현대적 가치

고춧잎은 단백질, 철분, 비타민 A와 C가 풍부한 건강 나물이다. 특히 말린 고춧잎은 식이섬유 함량이 높고, 데쳤을 때 나타나는 특유의 향은 입맛을 돋우는 데도 효과적이다. 고춧잎 찹쌀떡은 이러한 영양적 장점을 살리면서도 설탕과 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의 ‘클린 이팅’ 트렌드에 딱 들어맞는 건강 간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고춧잎의 향은 자극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식욕을 자극한다. 향긋하고 살짝 매운듯한 고춧잎의 향은 떡의 밋밋한 맛을 보완해주며,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어낸다. 이는 마치 와사비나 생강이 음식의 맛을 살려주는 원리와 비슷하다. 고춧잎 찹쌀떡은 한 입 물면 떡의 쫀득한 식감과 고춧잎의 향이 어우러지며, 단맛 없이도 입에 착 붙는 맛을 완성시킨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면, 고춧잎 찹쌀떡은 식이요법 간식, 비건 건강식, 채식 전통 간식 등으로 다양하게 응용 가능하다. 여기에 들기름을 살짝 둘러 구운 후 견과류를 곁들이거나, 흑임자 가루와 함께 플레이팅하면 퓨전 건강 떡으로도 손색이 없다. 또한, 묵은 고춧잎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제로 웨이스트’ 개념에도 부합하며, 지속 가능한 음식 콘텐츠로 주목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고춧잎 찹쌀떡은 단순한 산촌 간식이 아니라, 건강한 자연 재료와 조리 지혜가 만난 고유 식문화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사라진 떡을 기록하고, 다시 식탁 위에 올릴 시간

오늘날 봉화에서도 고춧잎 찹쌀떡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부 고령층 주민들만이 겨울철 별미로 기억하고 있고, 젊은 세대에는 전해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이 떡을 다시 조명할 수 있는 기회다. ‘특이한 향을 지닌 떡’, ‘짭조름하고 채소 기반의 떡’, ‘설탕 없이 맛을 낸 전통 간식’이라는 점은 현대 음식 콘텐츠로서 충분한 흥미 요소를 제공한다.

지역 푸드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예를 들어 봉화나 청송 지역의 농가에서는 고춧잎을 일정량 확보하여, 찹쌀과 함께 ‘계절 한정 전통 떡’으로 상품화할 수 있다. 또한 고춧잎 재배 과정, 채취 및 손질법, 떡 조리 과정을 기록하고 콘텐츠화하면, 지역의 문화적 자산으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특히 겨울 체험 행사나 농촌 체험 프로그램에서 고춧잎 떡 만들기를 주요 콘텐츠로 활용하면, 교육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체험형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고춧잎 찹쌀떡은 시간과 환경, 사람의 손길이 모두 함께 만들어낸 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 단순하지 않은 조리법, 그리고 생생한 지역의 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고춧잎 떡은 단지 한 끼의 음식이 아닌, 산촌의 겨울, 가족의 풍경, 그리고 자연 속 삶의 철학까지 담아내는 문화유산이다.

이제는 다시 이 떡을 우리의 식탁 위에 올려야 할 때다. 단지 과거를 추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건강한 먹거리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