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간식

속초 장날의 잊혀진 간식 ‘도루묵 튀김떡’은 왜 사라졌나?

wannabe-news 2025. 7. 1. 20:36

장날 골목을 가득 채우던 고소한 냄새의 기억

속초 장날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이 아니었다. 바닷가 마을 사람들과 산골 사람들이 모여 정을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하루를 보내는 큰 잔치 같은 날이었다.

속초 장날의 간식 도루묵 튀김떡

 

그 속엔 시장 골목마다 손님을 유혹하는 음식 냄새가 가득했고, 그중에서도 도루묵 튀김떡은 장날의 대표 간식으로 꼽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며, 바다 내음이 은은히 배어 있던 그 떡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즐기던 별미였다.

그러나 지금 속초 장날을 찾으면 도루묵 튀김떡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때 시장 한구석을 가득 메우던 그 고소한 냄새와 철판 소리, 한 손에 들고 뜨겁게 먹던 그 순간은 이제 기억 속으로만 남았다. 이 글에서는 도루묵 튀김떡의 기원과 조리법, 장날에서 차지하던 의미, 그리고 왜 이 떡이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도루묵 튀김떡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도루묵 튀김떡은 속초 장날만의 독특한 떡이었다. 주재료는 멥쌀가루와 도루묵살이었다. 도루묵은 겨울철에 특히 살이 올라 기름기가 적당하고 단맛이 돌았다. 어부들은 잡은 도루묵의 알과 뼈를 발라내고, 흰 살만 다져 떡 반죽에 섞었다. 여기에 소금을 살짝 치고, 다진 파와 마늘, 들깨를 곁들이기도 했다. 이 반죽은 길쭉한 모양으로 빚어 들기름에 지져내듯 튀겼다.

겉은 노릇하고 바삭하며 속은 부드럽고 쫄깃했다. 도루묵의 풍미가 떡에 스며들어 바다 향이 은은하게 퍼졌고, 장날 사람들은 그 냄새만 맡아도 군침을 삼켰다. 도루묵 튀김떡은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이었기에, 막 튀긴 떡을 신문지나 종이에 싸 한 손에 들고 뜨겁게 후후 불며 먹는 풍경이 장날의 정취였다.

왜 도루묵 튀김떡은 사라졌을까?

도루묵 튀김떡은 점차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가장 큰 이유는 생활환경과 식문화의 변화였다. 냉장·냉동 기술이 발전하며 도루묵은 보관과 유통이 용이해졌지만, 그만큼 생선살을 다져 반죽에 넣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이유가 줄어들었다. 대신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떡이나 튀김 간식들이 도루묵 튀김떡의 자리를 대신했다.

또한 위생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 의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어패류를 반죽에 넣고 튀기는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 비린내가 올라오거나 쉽게 상하기 쉬웠다. 현대 시장에서는 이런 불편을 감수하기보다는 위생적으로 관리된 간식류가 선호되었다. 여기에 관광지로 변모한 속초의 시장은 장날 특유의 소박하고 즉석 조리 간식보다는 대량생산된 기념품형 먹거리와 간편 간식으로 채워졌다.

마지막으로 도루묵 튀김떡은 특정 계절과 장날이라는 한정된 상황에서만 즐길 수 있었기에, 대중화되거나 브랜드화되지 못하고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만 남게 되었다.

사라진 음식이 아니라 기록해야 할 문화

도루묵 튀김떡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속초 장날이라는 지역 공동체 문화 속에서만 완성되던 음식이었다. 장날 도루묵 튀김떡 한 조각에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어부들의 땀, 골목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음식을 나누던 따뜻한 마음이 함께 담겨 있었다.

오늘날 도루묵 튀김떡은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기록되고 전해져야 한다. 일부 지역 축제나 전통음식 체험 프로그램에서 이 떡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단순한 향토음식 재현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 문화를 되살리는 중요한 작업이다. 도루묵 튀김떡을 다시 기억하고, 그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속초라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어가는 또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

도루묵 튀김떡의 복원과 지역 문화 콘텐츠로의 가능성

도루묵 튀김떡은 단순히 옛 장날의 한 간식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바다와 시장, 사람과 사람을 잇는 방식으로 빚어낸 음식이었다. 이 떡의 가치를 되살리는 일은 단순한 옛 음식 복원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지역의 역사, 자연, 생활의 지혜를 담은 이야기를 다시 꺼내어 보는 작업이자, 사라져가는 공동체 문화를 다시 세우는 소중한 기회다.

최근 속초에서는 지역 축제나 바다 체험 관광 프로그램과 연계해 도루묵 요리 체험과 전통 먹거리 시연이 시도되고 있다. 도루묵 튀김떡을 테마로 한 체험 프로그램이 기획된다면, 방문객들은 단순히 맛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촌 문화와 장날 이야기를 함께 배우는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는 속초의 시장과 바다를 연계한 새로운 지역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도루묵 튀김떡은 현대인의 입맛과 위생 기준에 맞게 재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루묵살 대신 깨끗하게 손질한 생선살이나 지역 특산 해산물을 활용하고, 튀기는 대신 구워내는 방식으로 건강 간식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과 조화를 이루어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도루묵 튀김떡을 기억하고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지역의 뿌리를 찾는 일이다. 그 한 조각에 담긴 정과 풍경, 바다 내음과 시장의 소리가 다시 우리의 일상과 마음에 닿게 하는 일이다. 속초 장날의 도루묵 튀김떡은 사라진 음식이 아니라, 다시 불릴 때 살아나는 문화이고, 우리에게 ‘지역의 맛’이 무엇인지 되묻게 하는 소중한 유산이다.

도루묵 튀김떡이 남긴 유산과 현대적 활용 방안

도루묵 튀김떡은 비록 시장에서 사라졌지만, 그 안에 담긴 정신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떡은 속초 바다와 사람을 잇던 음식이었고, 장날이라는 지역 공동체의 상징이었다. 지금 우리가 도루묵 튀김떡을 다시 기억하고 복원하려는 이유는 단순히 옛 간식을 다시 먹어 보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사라진 공동체 문화를 다시 되살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현대에서 도루묵 튀김떡은 새로운 방식으로 지역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속초 어촌 마을 체험, 시장 탐방 프로그램과 연계해 도루묵 튀김떡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을 기획한다면, 단순한 관광을 넘어 지역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교육적 가치까지 더할 수 있다. 또한 전통 떡과 현대 미식을 결합해, 도루묵 대신 다른 신선한 생선살이나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바다떡’ 콘셉트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도루묵 튀김떡은 잊혀진 음식을 넘어 지역 경제와 관광 자원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떡이 지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다. 도루묵 튀김떡은 시장 골목에서 이웃과 나누던 따뜻한 한 조각의 정을 상징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서 다시 실천하는 것이다.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떡이 만들어지던 사람들의 마음과 손맛, 나눔의 의미를 기억하고 전하는 것이 진짜 전통 계승의 길이다. 도루묵 튀김떡은 사라졌지만, 그 이야기는 우리 안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다.